박병구 관장

올해 42세의 박병구 관장은 남원 토박이다. 군 제대 후 비교적 어린 나이인 23세 때 처음으로 도장을 개관했다. “제대하고 30여 평 정도 되는 허름한 도장을 인수했었다. 인수할 당시 수련생이 세 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손으로 도장을 손질하고, 페인트도 직접 바르며 도장에서 먹고 자며 꾸려나갔다”며 20년 전 일을 회상한다.

당시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던 서남대학교 제자들이 박 관장의 도장에서 수련을 하고 학교에 ‘태극회’라는 태권도 동아리도 만들어 활동했다. 이제는 외지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간혹 만나면 함께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다는 박 관장. “당시 도장 바닥을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 놓았었다. 수련이 끝나고 나면 나도 제자들도 발바닥이 파랗게 물이 들었다. 지금도 그 얘기를 하면서 그때를 그리워한다”며 웃는다.
 
현재의 위치로 도장을 이전한 것이 13년 전. 처음보다 도장의 규모가 넓어졌다. 아래층에서는 부인 신희라(40) 씨가 피아노학원과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여유롭긴 하지만 도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변하지 않는 확고한 방침이 있다. 처음 도장을 개관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용호태권도장에는 관장을 제외한 사범이 없다. 단 한 번도 사범을 고용해본 적이 없다. 박 관장은 “처음에는 형편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사실은 사범을 쓰면 나 스스로가 나태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어린 제자들을 일일이 직접 지도하다보니 2시부터 9시까지 내 시간을 갖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오히려 몸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구수한 말투와는 달리 박 관장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다.

용호태권도장은 태권도 수련과 함께 학교체육을 병행하고, 차분한 예절의 도시 남원의 특성에 맞춰 인성교육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는다. 정신교육과 인성 심화교육, 그리고 명상교육을 통해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인근에서도 수련생들이 예의바르다는 평판을 들을 정도다.

용호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샌드백을 차며 수련하고 있다.

태권도 수련과 더불어 사회체육에도 주의를 기울여 음악줄넘기, 뜀틀, 구르기, 훌라후프 등 학교체육을 병행하고 있다. 중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행평가에 맞춰 음악줄넘기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음악줄넘기는 여자수련생들은 물론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부인이 운영하는 피아노학원의 여학생들도 박 관장의 배려로 매주 수요일 태권도장에서 음악줄넘기를 배운다.

박 관장에게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다. 올 초 용호태권도장 시범단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였지만 아직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남원은 외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가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도시다. 그러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시범단 지원자가 적었다”며 아쉬워한다.

박 관장은 수련시간 이외의 여가를 쪼개 남원중학교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교동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아 나름대로 지역사회 발전에도 애썼다. 또 남원 시민신문 시민기자단활동에도 열심이다.

박 관장은 자신에게서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 남원이나 다른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지도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단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묵묵히 제자들을 지도하고,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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