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부를 운영하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좋은 선수를 받고 싶어 한다. 이미 훌륭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준비된 선수는 항상 스카우트 일 순위다. 대학이나 실업팀은 물론 중고교 태권도부에서도 그런 우수 선수 영입을 위한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시흥중학교는 그런 시류와는 달리 선수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선발해 좋은 선수로 키워내고 있다. 현재 19명의 선수 전부가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태권도 선수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태권도장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선수가 적지 않다. 주변에 초등학교 태권도팀도, 겨루기 선수를 양성하는 도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서 처음 태권도라는 운동을 접해본 2학년생 장아희(페더급)는 일반 학생으로 입학했다가 지난해 9월 태권도부에 입단했다. 아직 품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승품심사 합격 통보를 받았고, 올해부터는 대회 출전이 가능해졌다. 여학생이지만 남학생 못지않은 체력을 갖춰 경기 경험만 쌓이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입단한 선수들은 아무리 열심히 훈련하더라도 최소 1년 동안은 대회에서 변변한 성적을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흥중은 얕잡아 볼 수 없는 강팀. 2006년부터 서울시장기대회 5연패를 달성했고, 전국대회에서도 매번 빠짐없이 메달을 따내고 있다. 2009년에는 서울시대표로 소년체전에 출전해 은메달 두 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완희 코치.

팀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초체력과 인성. 2006년부터 팀을 지도하고 있는 이완희(48) 코치는 “중학교 선수들은 아직 씨앗입니다. 큰 나무로 성장하고 좋은 열매도 맺으려면 우선 튼튼한 씨앗이 되어야겠지요. 잔기술보다는 탄탄한 기본기와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야죠”라는 말로 자신의 확고한 지도 철학을 나타냈다. 그런 지도에 따라 체력과 인성을 갖춘 시흥중 선수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고교팀들이 탐내는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 

동성고, 성균관대를 거치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이 코치는 시흥중을 맡기 전 동성고를 11년 동안 이끌며 이미 지도력을 인정받았었다. 명문 고교팀에서의 오랜 지도 경험이 지금 이 중학교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선(先) 체력 후(後) 기술’을 지향하는 시흥중은 체력 증진을 위해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훈련시간과 취침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가 발목에 2kg짜리 납 주머니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 코치가 고교시절 직접 사용했던 방식이다. 타교 지도자들은 실미도 훈련을 연상시킨다며 우스개로 삼기도 한다.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 코치도 부임 첫해 경기장에서 시흥중을 무시하는 시선에는 참을 수 없었다. “시흥중을 만나면 부전승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3학년 선수도 RSC패를 당할 정도로 약했습니다.” 이 코치는 이를 악물고 지도에 전념했고 5년이 지난 지금 시흥중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굳혔다.

이 코치는 제자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틀을 다져 주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또 시흥중을 거친 모든 선수들이 언젠가는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신병주 기자>

선수들에게 직접 발차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완희 코치.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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