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세계주니어태권도선수권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바쁜 취재일정을 소화하느라 베트남의 유적지를 어느 한곳도 돌아보지 못했지만 취재현장과 숙소를 오가면서 보고 느낀 단상들만으로도 베트남에 대한 감흥에 젖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취재활동에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 베트남 해외출장기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문을 열자 습하고 더운 기운이 엄습해 온다. ‘여기가 베트남인가?’하는 생각을 억지로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새도 없이 나의 몸은 벌써 베트남을 느끼고 있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를 정말 싫어하는 체질이지만 첫 해외취재라는 부푼 기대 때문인지 베트남의 기온은 짜증은 커녕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밤늦게 베트남에 도착, 첫날밤을 보내고 상쾌한 기분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 개최장소로 가는 호텔버스에 몸을 실었다.

도로를 오토바이가 꽉 메워버린 베트남 호치민시의 시내 경관.

버스 창밖을 바라보면서 입가에서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끝없이 밀려드는 오토바이의 행렬, 놀라움 그 자체였다.

특별히 눈에 띠는 고급 오토바이도 없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헬멧과 같은 안전장비도 착용하지 않았고, 도로에서 신호등을 찾아보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머플러를 두른 채 오토바이 운전에 여념이 없는 베트남 사람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그 나름대로의 질서와 체계를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 빠르지는 않지만 시속 3~40㎞로 서지 않고 계속 달리는 버스와 그 옆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는 오토바이의 행렬이 보여주는 광경은 베트남 문화에 깊숙이 내재돼 있는 질서의식과 관습을 통해 나온 것이리라 생각됐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부터, 갓난아이를 태운 가족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야자수 옆 그늘에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수면을 취하는 사람과 주행 중에 운전자 뒤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까지 봤으니, 나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힌 베트남의 첫 인상은 단연 오토바이였다.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를 입은 베트남 여인들과 논라(햇볕과 비를 막아주는 원추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기대는 멀찍이 사라졌고 오토바이의 행렬만이 나에게 문화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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