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낮 시간이 길어지고 기온이 상승하고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실외생활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환절기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변화에 생체리듬을 적절히 적응시키지 못하는 경우 만성피로, 면역저하, 수면장애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업무 및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식욕저하, 우울증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용어인 춘곤증(春困症)은 의학에서 사용하는 진단명은 아니다. 봄철에 많은 사람이 느끼는 증상이라고 하여 춘곤증이라 부르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시기에 우리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해 생기는 생리적인 일련의 증상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봄철이 되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많아져 여러 가지 영양분들이 필요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비타민은 겨울철보다 최고 10배까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영양상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을 불러오는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춘곤증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개인의 생활습관이다. 불규칙한 식사시간, 너무 자주 먹게 되는 인스턴트식품,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지고 보면 춘곤증의 가장 큰 원인은 이렇듯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 성인들의 춘곤증, 무시할 수 없는 건강 적신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춘곤증은 봄철에 느끼는 자연스러운 증상일 수 있다. 그러나 40~50대 성인들은 춘곤증이라고 생각하며 몸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많다. 춘곤증과 비슷하게 피로감을 보이는 질환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수 주간 피로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체중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열이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며 피로가 점차 심해진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업무에 스트레스가 심한 40대 이후의 남성이 춘곤증과 같은 증상으로 오래 고생할 경우 이는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간 질환, 당뇨병, 암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간 질환, 암 등의 초기 증세는 특정적이지 않으며 피로감만 오는 경우가 많다.

40대 이후의 여성에게서는 빈혈, 갑상선 질환의 가능성도 있다. 갱년기가 시작되는 50세 이후에는 갱년기 증후군의 하나로 피로를 호소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환절기에 생기는 춘곤증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봄철 하루이틀 느끼는 춘곤증은 우리 몸의 놀라운 신비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하다면 우리 몸의 신비는 깨어지고 병이 가득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봄철의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것은 바로 춘곤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황인홍 교수>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황인홍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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