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원칙도 없는 심판들의 경고 남발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물론 태권도 경기의 재미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경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년 국가대표최종선발전’ 첫날 경기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감점패 경기가 수 차례나 나와 지켜보는 이들을 황당케 했다. 특히 특정 한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벌인 두 선수의 감점패는 한 선수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선발전 첫날 유독 경고가 많이 나왔다. 넘어진 이유에는 상관없이 무조건 넘어진 선수에게는 경고가 주어졌고, 코트의 한계선을 넘어가면 밀려서 나갔든 고의로 나갔든 상관없이 경고가 주어졌다. 경고를 줄 상황도 아닌데 경고를 주어 올바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의 의지를 떨어뜨리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여서 관중석을 술렁이게 했다.  

지난 7일 대표자회의에서 심판부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만큼 지난 제주평화기대회 때보다는 경고의 횟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태권도계는 고질적인 심판의 불공정 판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겨루기 경기 채점에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2011년부터 전 경기에서 몸통공격의 채점을 전자호구에 의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판의 역할은 머리 공격과 뒤차기 공격의 채점으로 축소 제한되었다. 머리 공격의 채점은 속된 말로 장난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비디오판독제도가 정착되어 장난은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가장 좋은 부분이 바로 선수들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경고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흐름을 바꿀 수도 있고, 승패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심판들이 일부러 과시했다고 분석하는 지도자들도 꽤 있다.

과연 이것이 우리 심판들의 현주소일까? 물론 모든 심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심판들은 자신들에 대한 미흡한 처우나 심판위원회의 부당한 구성에 대해 집단행동은 고사하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정당한 처우와 인사를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를 일각에서는 심판 활동을 하면서 얻어지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면 심판들의 자세가 바뀌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모 심판이 얼마 전 서울 변두리에 막걸리 집을 열었다. 그곳은 지금 각급 학교 감독, 코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술집을 낸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로 인해 심판과 지도자의 올바른 관계가 정립될 수 없게 된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오해받을 짓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심판이 태권도의 발전에 헌신하는 데서 보람을 얻지 못하고, 다른 이익을 구하려 든다면 판정의 공정성은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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