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캥거루형 엄마란 성인이 된 자녀들을 독립시키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종속시키는 엄마를 말하며, 헬리콥터형 아빠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간섭을 멈추지 않는 아빠를 뜻한다. 신경정신과 외래에서 이런 타입의 부모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자녀가 말하기도 전에 자녀의 증상과 문제들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듣고 있자면, 자식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직장도 대개 부모가 얻어준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고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보이는 불안, 불면증, 토하는 습관, 자해 충동 등이 모두 부모의 탓인 양 이야기한다.

부모 말로는 원하는 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 주면 잠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얼마 못가 다시 불만이 반복된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자녀는 자신의 증상을 통해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고, 부모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제한 없이 제공해 주면서 스스로의 불안을 줄이게 되어 서로 공생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모를 자세히 평가해 보면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또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캥거루형 엄마, 헬리콥터형 아빠의 우울·불안·강박 증상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불면증이 심하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과도한 불안이나 이유 없는 갑작스러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물건이 똑바로 놓여 있지 않으면 힘들다든지 청결에 대한 과도한 집착, 또는 일 중독을 가지고 있다.

자녀가 독립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어보고, 타인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할 것이다.

자녀가 이러한 일을 겪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부모라면 가만히 스스로 생각해 보라.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우울, 불안, 강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자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서 자신을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우울, 불안, 강박 증상은 치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자신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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