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 각 단체들이 지난해까지 내놓았던 공약이나 사업들 중 매듭을 못 짓고 해를 넘긴 것들이 적지 않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굵직한 공약일수록 오히려 흐지부지 책상 위에서조차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태권도인들은 그 공약이나 사업이 추진 중에 있는 것인지, 진작 포기한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새해 가벼운 마음으로 새 출발하기 위해서라도 태권도인들과 약속했던 사업들을 매듭지을 것은 매듭짓고 가자는 목소리가 높다. 또 관련 단체들 간의 업무조율이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사업들도 조속히 타결지어 순조롭게 진행시켜야 한다.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는 태권도진흥재단이 2012년 완공되는 태권도공원 안에 설립하기 위해 제안했다. 그러나 국기원은 태권도 교육기구인 연수원이 있는데 웬 WTA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다 보니 진흥재단만 다른 단체를 젖혀두고 설치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진흥재단은 정부 예산을 받아 지원하고 국기원이 기본교재 선정 작업에 들어가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지만 많은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국기원은 승단(품) 심사권 위임계약을 KTA를 비롯한 몇몇 국가협회와 체결해 놓고 있다. 똑같은 조건으로 모든 국가협회와 계약을 하든지, 아니면 국기원 해외지원을 설립해 심사권을 위임하든지, 일관된 원칙에 의해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국기원의 권위가 산다.
 
WTF의 전자호구 경기규칙 마련도 올해 안에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전자호구를 착용해 경기를 치른 지 벌써 3년. 아직까지도 완성된 경기규칙이 없다는 사실은 WTF의 행정력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양수쥔 실격 사태가 발생한 것 역시 그 탓이다.

WTF의 본부 신축과 태권도사관학교 공약은 아예 포기한 것인지, 추진 중에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태권도인들을 위해 추진 상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KTA 역시 태권도회관 건립을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지원을 이끌어내면서까지 시끌벅적하게 출발했으나 결론이 없다. 물론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의 추진 여부조차 알 길이 없다. KTA가 이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 외에도 많은 계획과 사업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추진되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게 적지 않다. 이는 신뢰의 문제다. 각 단체들이 미완의 공약, 사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태권도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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