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6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최종 시안들

지난해 말 진흥재단은 통합브랜드 개발과 관련해 각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각 단체의 통합브랜드 개발 추진위원의 주관으로 용역업체인 CDR 실무진이 각 단체를 방문해 BI(Brand Identity)에 대한 설명을 하고, 1월 말까지 브랜드 선정을 완료, 2월 중에는 선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국기원측은 더 이상 브랜드 개발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임을 진흥재단에 전화로 통보했다.

진흥재단은 이미 지난해 11월 16일 태권도 (통합)브랜드개발 공청회 이후 연내에 통합브랜드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 대다수가 브랜드 개발 취지에 대한 관련 단체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개발 과정에서도 단체 간 소통이 없었다는 점, 후보 시안이 미흡한 점 등을 지적했으나 진흥재단 측은 어차피 각 단체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브랜드 개발을 예정한 기간 내에 마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난해 4월 브랜드 개발과 관련해 2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만큼 사업기간에 맞추어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당시 국기원은 “통합 브랜드 개발은 진흥재단만의 독자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12월 중 통합브랜드 선포식이 이루어진다 해도 국기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었다.

국기원 측 추진위원인 이종갑 과장은 “브랜드개발추진협의회 위원이긴 하지만 국기원 실무자로서 국기원 임원들에게 이 사업에 대한 설명과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 진흥재단이 직접 국기원 임원들에게 BI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국기원은 특히 브랜드 개발 공감대 형성이 매우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진흥재단이 그 동안 거의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11월 11일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추진협의회가 만들어졌으며, 그 이전 회의에서는 사업 내용이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진행절차에 국기원이 참여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진흥재단 측은 이번 브랜드 개발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대표 브랜드 선정 및 육성책의 하나이며, 문체부의 태권도 진흥 5개년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태권도 통합 브랜드라기보다는 상징 브랜드라고 밝히고 있다. ‘통합’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문체부 쪽 요구사항이지만 굳이 통합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진흥재단은 이사업을 추진협의회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이다. 국기원 임원들에게 이해를 구하라는 주문에 대해서도 “우리도 추진협의회의 한 구성 단체일 뿐이다. 사실 우리는 심부름을 하는 격인데… 우리가 국기원 하부조직도 아니고…” 라며 마뜩찮은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번 브랜드 개발 작업을 추진협의회가 주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주도는 진흥재단이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대한태권도협회 양진방 사무총장은 “설명회를 하러 오는데 반대하고 찬성하고 할 것은 없다. 잘 만들어졌으면 널리 쓰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체 폐기되지 않겠는가. 현재 각 단체들이 저마다 CI를 만들어서 쓰고 있으니 그것과 어떻게 조화시킬 지가 중요하다.  BI나 로고를 개발해서 어떤 글자체나 그림을 어떻게 하는 것보다 어차피 정부 예산을 들여서 하는 사업이라면 원천적인 태권도 관련 소스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일단 진흥재단이 추진하고 있으니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진흥재단 유진환 사무총장은 “국기원이 지금 반대하고는 있지만, 끝까지 설득해 보겠다. 한곳의 반대를 전제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서로 이해가 더 필요할 때다.”며 말을 아꼈다.

진흥재단이 공문에 밝힌 일정대로 각 단체에서의 설명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흥재단은 1월 5일에서 7일 사이에 다시 방문 일정을 잡고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브랜드 개발은 태권도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선정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과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사업이 적절한 절차와 소통이 이뤄지는 가운데 진행됐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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