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벌위원회 참석후 WTF를 나서는 양수쥔.

실격패 판정에 불복, 항의했던 양수쥔은 3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내년 국제대회 참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가벼운 징계다. 양수쥔은 5월 세계선수권대회와 7월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전 등 주요대회에 참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됐다. 대신 대만협회는 5만 달러의 벌금, 류충다 코치는 20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징계에 대해 대만 측은 여전히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관영 중앙통신(CNA)은 23일 “마잉주 총통이 WTF로부터 징계를 받은 양수쥔과 관련해 관계 당국에 법적 조치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대만 측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이 없지 않지만 세계 태권도 경기를 총괄하는 WTF가 그 빌미를 제공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점은 대표자회의 때부터 드러났다. 발보호대에 정해진 센서 외에 추가 부착하면 실격패로 처리하겠다는 중요한 내용이 구두로, 그것도 영어로만 전달됐다. 동시통역도 없었고, 내용을 기재한 인쇄물도 없었다. 그러니 그런 중요 사실이 제대로 전달될 리도 없었다. 처음 실격패라는 중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졸속으로 진행된 대표자 회의였다.

또 실격 처리할 만큼 중요한 사항이라면 당연히 심판들에게도 엄격한 교육이 선행됐어야 했다. 문제가 된 경기에서 주심은 양수쥔이 발뒤축에 부착한 센서를 떼도록 한 후 경기를 시작시켰고 1회전이 거의 끝날 때까지 진행됐다.

어떤 이유에서든 주심은 추가 센서 부착 시 실격패라는 중요한 사항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해당 주심만 모르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자라면 대회 관계자, 후자라면 해당 심판에게 중징계가 내려져야 했지만 WTF는 심판에 대한 경고처분으로 사건을 덮었다.    

징계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던 WTF 방침은 더욱 의아했다. 태권도인들을 포함한 한국과 대만 국민들은 사실에 대한, 또 규정에 입각한 징계에 대한 명백한 설명을 기다렸다. 그런데도 WTF는 징계 과정과 결과에 철저히 입을 다물었고 해당 선수와 협회에도 함구할 것을 당부했다. 

징계 내용은 대만 언론을 통해 즉시 알려졌고, WTF는 경기 준비와 진행의 미숙함, 관련 규정의 미비, 일 처리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모든 것을 덮으려는 비겁한 자세를 취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대판체육위원회는 이 사건을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 상태다. 총통의 법적 대응 발언으로 미루어 철회 의사는 없어 보인다. 중재 결과가 어떻든 사서 하는 망신일 수밖에 없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