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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태권도 역사 정립에 따른 근본 문제
  • 김영선 전문위원(연세대 태권도 전문강사)
  • 승인 2006.08.28 11:45
  • 호수 512
  • 댓글 0

지난 5월 국기원에서 태권도 연구소 설립과 함께 태권도 역사와 철학 정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특히 태권도의 중심 기관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착수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김영선 연세대 태권도 전문강사 / 본지 전문위원

이번에도 태권도학과 관련 교수는 물론 스포츠 역사를 전공한 학계 권위자들까지 영입하여 제대로 된 태권도 역사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태권도 정체성을 탄탄히 하겠다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필자는 이러한 조짐을 관심있게 바라보며 태권도 역사 정립에 얽힌 핵심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태권도 연구에 착수하려면 으례 제기되는 첫 과제가 태권도 역사 정립 부문이다. 태권도사 정립은 태권도 협회 조직이 확립된 196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시도된바 있다. 1998년 대한태권도협회는 ‘연구개발특별위원회’에 고액의 연구비를 들여 태권도 역사와 철학 정립을 시도했다. 태권도 신문사 등이 주관한 태권도 역사와 철학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대다수 태권도 교본의 서두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태권도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태권도 행정 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홈페이지에도 태권도 역사는 별도의 메뉴바로 설정되어 자료 이미지와 함께 잘 꾸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역사 정립이 지금까지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주요 과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에 이르기까지 태권도 역사에 관해 수 많은 연구(관련 서적 발간)와 세미나가 진행되지 않았는가?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정리된 태권도 역사를 지금 와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무엇을 또 정립한다는 것인가?

필자는 이 의문들이 태권도 역사 문제의 핵심을 내포하고 있으며 아울러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지금에 와서도 태권도사 정립이 절실한 과제로 부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태권도 교본이나 홈페이지에 실린 태권도 역사는 뭔가 고치지 않으면 안될 주요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태권도 역사는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대별로 전승되는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이 방식의 태권도 역사 서술은 필자는 ‘전통주의 태권도사’로 칭한다. 주된 요지는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전해오는 과정이 마치 보검처럼 전승되어 태권도의 오랜 역사성, 고유성, 전통성 등 모든 긍정적 특징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카라테와는 전연 관련이 없는 민족 고유무예로서 태권도의 전래 과정이 교본에 나온 그대로 사실이라면 그냥 부족한 부분을 적절히 보완하면 될 터인데 왜 구태여 정립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이 점이 우리가 장차 풀어야할 태권도사 해결 방향에 단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완전무결한 민족 고유 무예로서 태권도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 태권도인의 기대감과 애착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태권도는 그간 한민족의 전통무예로 표방되어 국민적 호응 속에 널리 보급되어 국기(國技)가 되었고 올림픽 정식종목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와 대화가 활발해진 근래에 와서 태권도 역사에 대한 의문과 사실성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태권도의 기원은 고구려와 고려의 수박희나 조선의 권법과 택견 같은 무예와는 관련이 없고 일본의 카라테의 영향을 받았다는 근거있는 주장에 의해 태권도계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서적이나 신문 방송에서도 드러나는 태권도 역사적 결함은 태권도 정체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로 인식되었고 수 차례에 걸친 태권도의 역사 정립을 시도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거액의 연구비를 편성하여 그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안을 찾게 되었다.

세 번째는 태권도사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역사 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정립이란 과제가 여전히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그 원인은 ‘태권도사 정립상의 어려움’ 그 자체에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연구자들의 부실한 접근 방법도 지적될 수 있다고 본다. 태권도사 정립은 그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실적 요청에 합당한 논리적 대안을 찾는 작업이다.

필자가 1994년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이원복씨(현 국립광주박물관 관장)의 도움을 받아 에서 발견한 맨손무예에 관련된 민화(民話)이다. 재질과 화풍을 근거로 무려 400년 전인 17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며 자료가 희박한 우리나라 맨손무예사 연구에 큰 가치가 있는 그림이다. 현재의 태권도와도 많은 기술적 유사성이 묘사되어 중요한 자료가 된다.

즉 태권도 입장에서 전통무예와의 관련성이나 카라테의 영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지를 구축하는 일이 태권도사 정립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담당 연구자들이 적당한 연구 분량과 정립 방안을 제시하는 정도의 일회성의 작업에서만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의 태권도사 정립 과제가 “태권도가 일본 카라테에서 나왔다면서요?”라는 어린 수련자의 질문이나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옛 무예인 수박, 권법, 택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나요?”라는 대학생들의 예리한 지적에 대해 어떤 합당한 논리로 대답해야 할지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것도 구구절절하고 복잡한 설명이 아니라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단순명료한 답변 방안이 산출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선 전문위원(연세대 태권도 전문강사)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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