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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식관장 | ||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대전에 이미 체육관이 들어갈 곳의 분양계약까지 다 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올 여름 이곳 관장이던 선배가 몸이 불편해 한 주일 정도 합숙을 하며 수련생들을 지도했다. 인연이 닿아 그랬는지 아이들이 ‘사범님, 사범님’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대전행을 포기하고 이곳을 인수할 때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사실 귀신에 홀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강 관장은 타이거즈 태권도장을 품새 수련으로 특화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 율전동 대풍체육관에서 이미 그의 지도가 소문이 자자했던 만큼 자신도 있다. “나는 겨루기 선수 생활을 했지만 태권도에 겨루기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품새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전문화된 도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품새 지도에 있어서는 힘의 강약, 시선 처리, 중심 이동, 속도의 완급, 기합 등의 반복 수련을 통해 올바른 자세를 직접 보여주고 수련생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곳에 터를 잡은 후 아직 전단지를 돌리는 등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도 음악 품새, 태권 줄넘기 등 특화된 품새수련에 대한 입소문으로 수련생들이 20명 이상 새롭게 입관했을 정도다.
강 관장은 또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는 태권도 수련을 실시한다는 남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1년을 누워 있었다는 강 관장은 그래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이 있다. 장애인에게 무조건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 선뜻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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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태권도장에는 팔순을 바라보는 수련생도 있고,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수련생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전 국립국악원장 천영조 옹(78),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도장을 찾아온 휴학생 A군(22세).
A군은 처음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상대의 눈을 피했었다. 강 관장의 시선 처리, 목소리의 변화, 호흡법 등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수련이 거듭되며 하루 8시간 이상 컴퓨터에만 매달리던 A군에게서 서서히 변화가 나타났다. 이젠 태권도장을 찾은 기자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도 건넬 정도가 되었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도 할 정도로 좋아졌다.
강 관장의 또 다른 꿈 한 가지는 천영조 옹처럼 노인들이 당당하게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에 가면 큰 광장이나 공터에서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왜 저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가 할아버지처럼 따르는 천옹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 태권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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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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