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태권도연맹이 내홍을 앓고 있다. 중고연맹은 행정권을 독점 행사하고 있는 일부 인사와 그 반대세력으로 양분돼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사회에서도 양 세력이 잦은 충돌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집행부의 예산집행 의혹 중 다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경기단체 집행부로서 부도덕성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김충렬 회장의 결단력이 부족하다,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천만 원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전달하면서 간이영수증 하나 달랑 증빙서류로 첨부한 것은 법 위반이다. 법인세법은 특정법인을 제외하고는 3만 원 이상 지출할 경우 증빙서류로 간이영수증을 사용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또 특정인이 부정하게 연맹의 재산을 착복한 혐의가 포착되면 형사처분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법인은 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결제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것이다.
중고연맹 집행부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인이 법인카드를 유흥업소(나이트클럽)에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사자는 “술기운으로 카드를 잘못 사용했고, 사실을 알았을 때 그 금액을 연맹에 환급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도 도덕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해당자는 중고연맹 집행부 핵심인물이고 회원들의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사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실수로라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에 대의원들은 경악하고 있다. 한 태권도인은 “법인카드를 개인이 나이트에서 그것도 실수로 사용할 정도라면 중고연맹 살림이 어떤지 안 봐도 훤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양분된 중고연맹에서는 특별감사위원회도 양분돼 조용히 넘어가자는 쪽과 책임을 물어 징계하자는 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감사위원 한 사람은 개인회원 자격으로라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중고연맹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수장이 직접 나서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정작 김 회장은 뒷짐지고 뒤로 한 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다. 문제의 예산 집행 최종 결재는 모두 전무이사가 했다. 때문에 김 회장이 수장으로의 책임을 피하며 꼬리만 잘라낼 생각이 아니냐는 의혹도 번지고 있다.
중고연맹의 이런 분란과 부정이 지속된다면 자칫 종주국 태권도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 선수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중고연맹이 비리로 얼룩진 집단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그 부정적 이미지가 전체 태권도를 오염시킬 위험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 일을 돌이킬 방법은 없다. 유야무야 덮을 수는 더욱 없다. 중고연맹이 더 이상 표류하지 않으려면 김충렬 회장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규명하고 분란을 정리해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 세계태권도 옥타곤 다이아몬드 게임, 태권도원에서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