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생 대부분이 초등 저학년으로 구성된 최근 태권도장에서 학부모와 관장의 의사소통은 상당히 중요하다. 일일이 전화 통화를 하는 도장도 적지 않고 대부분의 도장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활용하고 있다. 전화 통화와 가정통신문을 적절히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소식을 전하고 의견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 가능경기태권도장도 가정통신문, 가족회보 이외에 타 도장에서 실시하지 않는 의사소통방법이 있다. 바로 직접 대화다.

▲ 김태오 관장(왼쪽)과 아내 오선미 씨.

태권도장의 하루 중 가장 바쁜 오후 시간에 찾은 가능태권도장에는 다른 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휴게실로 보이는 곳과 도장 사무를 보는 장소에 수련생 부모들이 모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행사라도 있나?’ 하는 생각에 김태오(34) 관장에게 물었다.

“아니요, 특별한 행사는 없습니다. 저희 도장은 매일 이런 모습인데 이상한가요?” 한창 다른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 수련생 어머니가 “관장님이 편안하게 대해주니까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것 같다”며 또 다시 이야기에 집중한다.

어린 자식을 태권도장에 보내고 집으로 데려오고 하느라 부모들이 도장을 찾는 일은 다른 도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수련이 시작되는 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도장에 머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두 명도 아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 20~30여 명이 한 시간 이상씩 도장에 머무른다고 한다.
 
“사실 주변 선배들이 이 광경을 보고 올바른 도장의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무엇보다 평소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저도 도장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습니다.”

김 관장이 의도해서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어쩌다 방문한 부모들을 김 관장이 편안하게 대해주었고, 그러다 보니 어머니들이 이곳을 쉼터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범 없이 운전기사 한 명에 부인 오선미(28) 씨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이 도장에는 실제로 학부모들이 적잖은 도움을 준다. 잠시 도장을 비울 때도 부모들이 있으니 걱정이 없다. 수련시간 사이사이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는 모습도 보인다.

▲ 수련시간에 상담실에서 담소를 나누던 학부모들이 포즈를 취했다.

가능태권도장은 오전에 어머니를 위한 줄넘기과정, 태권도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9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부인 오선미 씨가 줄넘기를 교육하고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는 김 관장이 태권도를 지도한다. 이런 자리도 학부모들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지금 줄넘기와 태권도 과정에 각각 6명의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가능태권도장이 큰일을 저질렀다. 경민대학교총장배 전국줄넘기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학년별, 조별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가능태권도장은 1위에만 18명이 올랐다. 놀라운 것은 이 도장에서 줄넘기를 교육한 지 2개월도 채 안 된 시기에 이런 큰 수확을 거둔 것이다. 줄넘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월 이후 이 도장은 무려 4회의 줄넘기대회에 출전했다. 관장과 수련생의 열성이 대단하다.

학부모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수련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까? 잠깐 스친 생각은 도장에 10분만 있어보면 없어진다. 준비운동 시간까지도 어수선한 느낌을 주던 도장이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가며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바뀐다.

김 관장은 도장에서도 체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단다. 수련생끼리 서로 싸우면 김 관장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회초리로 싸운 당사자들의 발바닥을 때린다. “사회가 많이 각박해져 아이들도 개인주의로,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권도장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싸우지 말라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부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충분한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지도 방법일 것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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