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국에 40여개의 관(館)이 난립,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상호간 파벌의식을 조장함으로써 태권도 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따라서 태권도계는 이처럼 난립해 있는 관의 통합 없이는 더 이상 태권도 발전과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관의 통합을 추진했고, 1978년 8월 드디어 그 결실을 맺었다.

김창완 편집국장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파벌의식과 기술체계의 난맥상을 바로잡고 행정 단일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태권도계는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을 중심으로 태권도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왔다. 그 결과 태권도는 국제화, 세계화에 성공했으며, 1994년 9월 4일 올림픽 무대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우리의 힘으로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 입성시킨 자랑스러운 태권도.

누구의 도움도 없었다. 태권도인들 스스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난립해 있는 관을 통합해 단일화를 이뤄냈고, 태권도인들 스스로 태권도 국제화를 위해 혈혈단신 낯선 이역만리로 날아가 태권도를 보급시켰다. 이처럼 태권도계의 순수한 열정과 힘으로 세계 최고의 무도-스포츠로 성장시킨 태권도를 정책당국이 여러 갈래로 찢어 놓으려 하고 있다.

정책당국이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유사단체를 승인해줌으로써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태권도는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유사단체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계 기관은 형식만 갖추면 유사단체를 승인해주고 있어 태권도에도 유사단체가 난립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이 같은 무분별한 생각과 행동이 대한민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전통문화인 태권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관을 통합하고 단일화를 이뤄낸 태권도를 굳이 정부가 깨야할 이유가 없다. 태권도를 다른 분야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유사단체가 난립하다보니 태권도계가 다시 반목과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권도 유사단체 난립은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올림픽 정식종목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2년 올림픽까지는 이미 결정됐지만 이후 유사단체 난립으로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경우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IOC가 인정하고 있는 태권도 국제경기가맹단체가 WTF(세계태권도연맹)지만 ITF(국제태권도연맹)라는 유사단체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ITF는 WTF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노력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가라데 또한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유사단체들의 조직적인 방해가 가라데의 올림픽 무대 입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여론은 꽤 설득력이 있다.

정책당국은 다른 분야와 달리 태권도 유사단체 난립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태권도계도 태권도 유사단체가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관계 기관에 그 뜻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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