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 나라를 찾아온 러시아 시범단의 드미트리 김.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종주국 태권도 시범을 체험하고 합동훈련을 하기 위해 지난 14일 방한한 러시아 태권도 시범단원 드미트리 김(Dmitry Kim, 33)은 고려인 3세, '카레이스키'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살다 결혼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버지 유라 김과 어머니 타치아나 쇼르니코바가 만나 드미트리 김을 낳았다.

국기원 체육관에서 합동훈련 중인 드미트리 김은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처음에는 약간 긴장한 듯했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약 130km 떨어진 굴리스탄에서 나고 자란 드미트리는 열세 살에 처음 태권도를 접했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배우는 것이 어떤 무도인지조차 정확히 몰랐다고 한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할아버지의 고국 대한민국의 무도 태권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할아버지 나라의 무도인 태권도는 드미트리에게 각별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우즈베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핀급에서 6연속 우승하며,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할 만큼 실력도 출중했던 그에게 태권도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태권도가 있어서 한국이 더 가깝게 느껴졌고, 자부심을 느꼈다. 카레이스키 3세로 살다보니 차별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 수련을 통해 나 자신 발전할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아마 한국의 태권도를 접하지 못했다면 이만큼 자부심을 갖고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드미트리에게는 한국이 곧 태권도이고 태권도가 곧 한국인 듯했다.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를 지내던 그는 2001년 러시아에 정착하여 도장을 운영하며 제자를 육성하게 되었다. 드미트리의 동생 막심 김(26) 역시 태권도 선수 출신의 사범이다. 올해 여름 한국을 방문하여 합숙훈련을 하고 돌아온 동생의 권유로 한국 한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드미트리는 “러시아에서 태권도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친 드미트리는 아직은 어색한 발음이지만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하고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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