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얘기해 보라고 하자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8강에서 캐나다 선수에게 지고 나서 다시 슬럼프가 오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요. 다행히 고교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서 좋아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곤 “근데 사진도 찍어요? 아 창피해…” 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 비하면 올해 김수현의 성적은 별로다. 2008년 대통령기 우승, 여성연맹대회 준우승, 2009년 중고연맹대회 우승, 여성연맹대회 준우승에 비해 올해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 선발전 우승 외엔 두각을 내지 못했다. 졸업 전 마지막으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따낸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김수현은 올 3월 새로 부임한 김응표 교장의 지원과 태권도부 강해은 코치의 지도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경기장마다 쫓아다니며 선수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있겠어요. 강 코치님은 저랑 같은 경량급 출신인 데다 스타일도 같아 그런지 기술발차기 훈련에 큰 도움을 주세요.”  

김수현은 중학교 2학년 합숙훈련 중 큰 부상을 입었다. 소년체전 출전 한 주일을 남기고 헤비급 선수에게 깔려 발목이 부러지고 복숭아뼈가 조각나며 성장판마저 부서진 것이다. 두 번의 수술과 1년 간의 재활치료… 그러고도 왜 태권도를 포기하지 않았냐고 묻자 “억울했어요. 힘들게 훈련하며 거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요.” 라고 말한다.

중3 때는 제주 평화기대회에서 8강에 머무는 등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고교 진학 후에도 한동안은 ‘8강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당시의 박선미 코치(현 아제르바이젠 올림픽대표팀 감독)는 “또 다시 8강에 머문다면 더 이상 너를 지도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주도 여자 태권도의 부흥을 위해 무보수로 지도하던 박 코치가 없었다면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김수현은 이후 전국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번갈아 하며 부활했다.

그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가족들의 기대와 애정도 큰 몫을 차지했다. 아버지 김형남(48세) 씨는 김수현이 중3 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척추교정과 경락마사지, 스포츠 마사지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잦은 부상과 고된 훈련으로 힘겨워하는 딸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지금은 중국을 오가며 척추교정 강의까지 하고 있다. 할머니는 고모들이 갖다 주는 보양식과 보약을 몰래 손녀에게 먹이며 애정을 쏟았다.

“우리 언니 얘기는 꼭 써주세요” 라며 김수현은 현재 제주대 4학년인 언니 김소현(23)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어릴 적 저를 업어 키우다시피 하면서도 장학금을 받고 제주대학에 갔어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때마다 도복도 사주고 대회에 나갈 때는 만 원짜리 몇 장씩 쥐어주며 응원해 줘요.” 자랑을 늘어놓으며 김수현은 가족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 “근데 엄마가 서운해 하면 어떡하지?” 하며 장난스레 웃는다.

내년 전주 우석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태극마크도 달고 싶다는 김수현은 중학 때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외국 국가대표 감독을 꼭 해보고 싶어요. 국제대회에 나가보면 아직 잘못하는 나라들도 많은 것 같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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