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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기대가 나를 강하게 한다”
아시아가 좁은 큰 선수 이대훈
'이대훈 또 우승', '전 경기 RSC승으로 금메달', '실업 강호들 줄줄이 제치고'. 이대훈이 올해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들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도 RSC승을 거두었다. 고교생이 국가대표 1진으로 선발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극찬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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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서는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더 익숙하지만 이대훈은 유순한 외모의 꽃미남 이미지다.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해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기도 한다. 대표로 선발된 직후에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조명에 적잖이 당황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대훈이 그간 보여준 경기는 대단했다. 태권도 경기를 이렇게만 해준다면 인기종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지고 깔끔한 기술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대표선발대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대훈이었다. 마지막 결전에서 두 번의 얼굴내려차기를 적중시키며 2회전에 이미 8대 0으로 앞서갔고 결국 13대 3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대회 관계자들도 대단하다는 감탄사와 함께 태권도계에 꼭 필요한 스타가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 특급 스타 이대훈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중학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보였다. 2007년에는 고교 1년생으로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나 초반 탈락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태권도 경기인들은 이대훈을 타고난 자질과 시대가 만들어낸 대작이라고 평가한다. 유연성과 스피드, 다양한 공격 능력을 갖춘 천재적 재능에 큰 공격에 유리하도록 변화된 경기규칙이 그를 더 빛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의 금메달 획득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실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의 태권도 선수로서의 앞날에 큰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굴곡 없이 급부상한 선수들이 한 번 페이스를 잃으면 어렵게 올라온 선수들에 비해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논리다. 잘나가던 어린 선수가 한 번 실수 때문에 절벽으로 떨어져 재기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훈은 이미 주니어대표 시절 예상치 못했던 시련을 겪었다. 슬럼프에 빠질 법도 했지만 이대훈은 다시는 그 같은 쓴맛을 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이젠 좀 익숙해졌느냐는 물음에 이대훈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대신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자신에게 행여 ‘너무 어린 선수를 출전시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이 힘들고 지칠 때 넘어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도 바로 그런 기대와 부담”이라는 답변에서 아시아 무대가 좁게 느껴지는 큰 선수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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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자존심 지킬 거예요.”
개구쟁이 선머슴아 강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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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의 소녀 강보현이 가장 즐기는 취미활동은 축구다. 관전이 아니고 축구경기 하는 것을 말한다. 포지션은 공격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자건 여자건 친구, 선후배들과 공차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던 말괄량이, 왈가닥이었다.
그러나 7살 때 취미로 시작한 태권도가 국가대표의 영광을 안겨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부모님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에 지금 한껏 부풀어 있다.
이대훈이 경기규칙 변화에 따라 시대에 맞춰진 최신식 무기라면 강보현은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기본기로 무장된 핵무기로 비유할 수 있다.
타고난 파워가 실린 강보현의 몸통 돌려차기에 대표급 선수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큰 키는 아니지만 빠른 스피드를 겸비한 강보현의 돌려차기는 상대선수들이 뻔히 알면서도 대처하기 까다로운 무기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경기 2주전 훈련 도중 당한 갈비뼈 부상과 6kg의 체중 감량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대진운도 좋지 않게 느껴졌다. 효성고 시절 고교 선수로 이름을 떨쳤던 서소영(용인대)이 첫 번째 상대였고, 승자조 준결승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 박혜미(삼성에스원)와의 결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아시안게임에는 한 명만 출전할 수 있는 것. 강보현은 서소영을 제치고 준결승전서 박혜미까지 제압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장기인 몸통 돌려차기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대선배이자 체급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던 박혜미를 잡아 이변을 일으켰다.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질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어요. 코치님의 지시에 따라 경기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털털한 성격다운 소감이다.
강보현이 보완해야 할 점은 유연성. 아시안게임을 45일 앞두고 강보현은 지금 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대표 여자부 김정규(인천시청) 감독은 “몸통 공격은 나무랄 곳이 없다. 다만 유연성이 부족했는데 많이 개선됐고 남은 기간 상대의 얼굴공격을 방어하는 훈련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그의 첫 국제경기 출전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국제경기 경험이 없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담대한 성격의 강보현에게는 국제무대와 국내무대나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자신이 한국체대에서 선발된 유일한 대표선수라는 데 부담이 가는 모양이다. “교수님이나 동료들의 기대를 생각한다면 일분 일초라도 더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란다.
훈련시간이 다 됐다며 인터뷰 도중에도 안절부절못하다가 끝났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훈련장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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