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 관장

서울에서 거제시로 내려가는 도중 고속도로에서 맞닥뜨렸던 변덕스런 폭우를 말끔히 씻어 낸 듯 거제의 맑은 날씨, 그리고 태권도장에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밝고 상쾌함이 이곳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소나무가 지니는 강인함과 은은히 배어나는 향기를 태권도와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소나무 향기의 의미를 말하는 정종수(48세) 관장. “저 역시 소나무와 같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그는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이 자랑하는 인성과 태권도의 상호작용이라는 교습법에 대해 확신에 차있었다.

도장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막 입관한 수련생과 유급자들을 위한 자그마한 제2수련장이 있었다. 1수련장에서는 문정민 사범과 민보영 사범이 수련생들에게 성장체조를 지도하고 있었다. 장현진 사범은 때마침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인솔하기 위해 출장 중.

놀라운 것은 70~80명의 어린 수련생들이 전혀 산만하지 않다는 점. 정 관장은 “수련생들의 인성과 태권도의 실력향상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서로 통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수련생들을 대하는 것만이 인성을 올바르게 갖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에 새로 입관하는 수련생들의 95%가 자녀들의 인성변화를 경험한 부모들의 소개로 이루어진다.

거제시 고현동에 위치한 소나무향기 태권도장 외에도 같이 동고동락했던 사범들이 현재 상동과 옥포동에 각각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의 독립지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에서도 정 관장의 제자인 김태완 관장이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의 독립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동작을 잡아주는 민보영사범

2001년에 시작한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의 자체 경연대회는 이제 3년마다 거제실내체육관에서 정기적으로 열릴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내년에는 거제시 소나무향기 태권도장 세 군데가 모두 모이는 대규모 경연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은 선수부를 따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또한 품새만 잘하는 수련생, 겨루기만 잘하는 수련생도 없다. 겨루기와 품새의 균형 잡힌 교습법을 항상 강조하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할 경우에는 평상시에 충분히 바탕을 쌓고 수련생 본인이 원할 경우 대회 참가 전 한 달 정도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한다. 현재 용인대학교에 재학 중인 2009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정진영(라이트급)이 소나무향기 태권도장 출신이다.

2품 이상의 겨루기와 품새 선수로 이루어진 40여명 규모로 구성된 소나무향기 태권도장 시범단은 거제시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작년 겨울에는 산달섬 일주를 통해 극기정신과 단결심을 고양했고,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시범과 잔치를 벌여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정신도 키웠다.

조선과 중공업이 지역경제의 중추인 만큼 이들 회사에 직원으로 근무하는 외국인 수련생들이 입관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이미 태권도를 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종주국 태권도의 높은 수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집중적이고 강도 있는 수련을 진행한다.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에는 특이한 게시판이 있다. 현재 이곳의 수련생들과 이제는 성인이 된 제자들이 정종수 관장에게 매년 스승의 날에 보내온 마음의 편지들이다. 편지를 읽어 내려 가다보니 이 도장 인성교육의 지나온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각종 청소년 범죄 기사를 접하면서, 관장님께서 발차기나 주먹지르기보다 더 강조하셨던 예절과 인성교육이 제 또래 아이들에게 얼마나 영향력 있는 밑거름이었는지... 관장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정수연은 없었을 테죠.” 1995년 입관해 이제는 거제를 떠나 대학에서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제자 정수연 씨가 보낸 편지에 자칫 빗나가기 쉬운 청소년 시절 자신을 이끌어준 정 관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수련생들과 함께 한 정종수관장, 문정민사범, 민보영사범

22년 전 거제에 정착하여 현재 대한태권도협회(KTA) 도장분과 부위원장, 경남태권도협회 이사, 거제시태권도협회 부회장인 정종수 관장은 KTA의 도장 관련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소나무향기 태권도장의 활성화 비결을 묻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비결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장 활성화를 위한 강의를 하다보면 마음을 다하는 교습법에 대해 관장님들이 머리로는 이해하고 공감해도 막상 실천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 수련생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지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제 능력이랄까요.”
<양택진 기자>

양택진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양택진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