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호 코치의 지도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전형 보여

창단 15년… 꾸준한 메달 성과

백로(白露)가 다가온 들녘의 논벼에 흰 이슬이 서리고 곡과(穀果)는 절정을 향해 여물어간다. 고즈넉한 시골 정취 가득한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아름다운 교정에서 일동고등학교 태권도부원들의 꿈 역시 무르익고 있다. 노염(老炎)을 몰아내기라도 하듯 일동고 태권도부원들의 훈련 강도는 세차다.

코리아오픈 대회를 눈앞에 둔 지난달 30일 교내 청계체육관. 시원스레 널찍한 공간에 날카로운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태권도부 훈련실인 이곳에서 코리아오픈 출전자뿐 아니라  일동고 부원 모두가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단순하게 미트를 발로 차고 스텝 겨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한 눈빛으로 교감을 나누는 훈련 모습에서 강팀의 면모가 나타난다.

일동고는 근 15년 세월 동안 전국 무대에서 선명한 자취를 새겨 온 강호(强豪)다. 매년 꾸준하게 개인 금메달을 획득해 왔고, 주요 대회 상위권에 교명(校名)을 종종 올렸다.

그러한 전통에 비하면 올해의 전과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편이다. 올초 제주평화기대회 여고부 L-미들급에서 박소연(2학년), 3월 종별선수권 여고 고학년부 핀급에서 정솔(3학년), 4월 용인대총장기 여고부 L-헤비급에서 강유지(3학년)가 각각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종합 성적은 5월 경기도협회장기대회에서 여자부 감투상을 받은 게 전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저력을 다져온 다크호스로 어느 대회에서건 떨치고 일어설 미래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여성부장관기대회에서 고등부 L-헤비급 1위에 올랐던 강유지는 “우승했을 때 무척 기뻤죠. 하지만 그 후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착잡한 마음이 들고는 했어요.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해요. ‘졸업하기 전에 꼭 우승을 이루자’고 서로 격려도 하고. 고교 생활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 참 좋아요” 라고 미소를 머금었다.

▲ 신동호 코치

태권도부 주장인 강다희는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이면서 동시에 내신 1등급의 모범생. 그는 “동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무거워져요. 그럴 때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재밌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죠.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힘을 얻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체육보건부장으로 지난해부터 태권도부를 맡고 있는 김재성 감독(49)은 “오랜 기간 신동호 코치가 태권도부를 잘 지도해 온 덕분”이라며 “두터운 신뢰 속에서 감독 교사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라고 겸손히 말했다.

신동호 코치(31)는 1995년 일동고 태권도부 창단멤버. 지난 2002년 용인대 졸업과 함께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 코치는 “우리 선수들은 중학교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라며 8년여 동안 꾸준히 올린 성과를 제자 겸 후배들의 공으로 돌렸다.

일동고는 전통적으로 훈련 강도가 높은 편. 중도 포기하는 선수도 없지 않다. 현재 3학년은 주장 강다희와 강유지, 정솔 등 여학생 3명만 남았다. 정솔은 입학 때 비교적 부족한 점이 있어 별도로 기본 발차기 훈련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은 전국 대회 입상권에 드는 선수로 성장했다.

“준결승에서 마지막 3초를 남기고 역전당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할 거예요. 공부도 열심히 해서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정솔은 수줍게 말했다.

진정한 강자(强者)의 의미, 일동고 태권도부가 나타내 주고 있다.
<김진환 기자>

김진환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진환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