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

“나는 선수,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뿐”

▲ 지난 4월 국가대표 1진으로 선발된 이성혜가 두 팔을 높이 들며 기뻐하고 있다.

잘나가는 태권도 선수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국가대표, 나아가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럼 선수생활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태권도 지도자로 자신과 같은 엘리트 선수들을 가르치기를 희망하거나 대학에서 태권도 혹은 체육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경찰 등 좀 색다른 꿈을 꾸는 이들도 있다.

선수로는 중견에 해당하는 나이 만 26세인 이성혜(삼성에스원)에게 선수 이후 진로에 대해 물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니까 훈련과 경기만 신경 쓰고 싶네요." 그 나이에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는 말이 대책 없이 들리기보다는 ‘역시!’ 하고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시절부터 우뚝 솟아나 전성기를 누리며 최고자리에서 군림하다 20대 중반 수명을 다하는 조로 선수들이 숱하다. 반면 이성혜는 청소년시절 약한 체력 탓에 번번이 2, 3위에 머물기 일쑤였다. 중고교, 대학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한 대기만성형.

경희대 진학 후에야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학 4학년 때 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삼성에스원 입단 후에는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1위에 오르며 대표급 선수로 거듭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잠시 주춤했으나 그의 선수생활을 돌아보면 여전히 완만한 상승곡선이다. 지금도 이성혜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경기력을 더 높일까?', '어떻게 하면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이성혜는 올 11월 광저우에서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선수층이 두꺼운 여자 -57kg급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 두 번이나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금메달 획득은 더욱 그럴 것이다. 대표 선발 자체로도 큰 기쁨이지만 꼭 대회 2연패를 해내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이성혜의 주특기는 빠르고 정확하면서 강한 파워를 지닌 뒷발 돌려차기다. 알면서도 속수무책 당하는 공격이다. 하지만 이 공격은 외국선수들에게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국제경기 경험이 많은 외국 선수들은 분명히 이성혜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나올 것이다. 때문에 이성혜는 돌려차기 이외에도 다양한 공격을 연마하고 있다. 한 박자 빠른 앞발 공격과 유연성을 이용한 얼굴공격이 준비 중인 새 무기다. 또 주특기인 뒷발 돌려차기 이후 실점을 많이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방어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성혜가 꼽는 가장 위협적인 적수는 이 체급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대만의 페이 화 쳉(Pei Hua Tseng). 이 선수와의 전적은 1승 2패다. 2006년 아시안게임서 승리했고, 2006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9년 동아시안게임에서 패했다. 두 번의 쓴 기억이 있지만 대진에서 피해나가겠다는 생각보다는 꼭 만나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 있는 웃음을 짓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고단한 훈련에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 긍정적인 선수 이성혜에게서 진한 금빛 향기가 느껴진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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