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법인 국기원이 출범한 지 두 달째. 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타 태권도 단체에 끌려 다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런 가운데 태권도진흥재단이 추진해온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에 대한 국기원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더욱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강원식 국기원 원장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초청으로 월드컵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국 우루무치를 방문했다. 강원식 원장은 WTF 조정원 총재, WTF 부총재 자격으로 참석한 태권도진흥재단 이대순 이사장과 함께 WTF 집행위원회에도 참석, 인사를 나누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세 단체장은 각 단체의 우호, 협력 관계를 약속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진흥재단 이대순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WTA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오해를 한 부분이 있었다”며 지난 국기원과의 갈등을 해명했고 “앞으로는 이러한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원의 지난 집행부는 WTA를 진흥재단이 세계태권도연맹과 함께 국기원을 배제한 채 국기원 고유업무를 뺏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비판했었다. 엄운규 전 국기원장은 과거 WTF에 국기원 연수원을 WTF의 공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랜 전통의 태권도 연구·교육기관인 국기원 연수원이 당연히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교육기관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승완 전 원장은 노골적으로 WTA 추진 과정에서 국기원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역사와 정통성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도 국기원 연수원이 세계 태권도인들의 유일한 교육기관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 표명이었다.
WTA 설립이 처음 언급될 당시 많은 태권도인들은 “국기원 연수원이 이미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왜 WTA가 새삼스럽게 필요하느냐”며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태권도진흥재단이 태권도공원 조성 이후 공원 운영 등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기원 고유의 교육사업을 흡수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WTA로 인한 진흥재단과 국기원의 갈등이 어떤 의미에서든 실무자 간의 오해라고만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대순 이사장의 이번 우루무치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기 어렵다. 3개 단체장들 사이에 이미 모종의 논의가 있었고 협의가 끝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항간에는 문체부가 WTA의 구체적인 운영방안까지 조정하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세계 태권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태권도의 연구와 교육은 모든 태권도인들의 중대한 관심사다. 국기원의 기존 교육기능과 역할을 인정한다면 WTA 자체가 불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만약 국기원 교육사업의 확대발전을 위해 WTA가 필요하다면 그 운영주체는 마땅히 국기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WTA를 둘러싼 더 이상의 추측성 헛소문을 막기 위해 태권도 관련 단체들은 이런 대전제를 두고 WTA 설립의 취지, 추진과정, 운영방침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WTA에 관한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보다 명확히 밝혀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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