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옥 국립대만사범대학 운동경기학과 교수

이번 대회에서는 국제대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실업연맹이 개발한 5인단체전, 3인단체전이 선보여 관람하는 사람들에게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큰 호응을 받았다.

또 매일 경기 시작 전 대회를 주최한 한국실업연맹 김태일 회장이 한복을 입고 경기장 중앙 코트에서 본부석 선배들을 향하여 큰절을 하며 태권도의 예절과 무도정신을 보여 참가한 각국 선수단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작은 도시 영천에서 열린 제1회 국제대회 치고는 성공적이라고 볼만했다. 대회조직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노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 품새 경기를 살펴보면서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개최하는 ‘코리아오픈대회’, 국기원이 개최하는 ‘세계태권도 한마당’,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개최하는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똑같이 채택하고 있는 경기인 품새의 경기 규칙이 제각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차기의 채점기준에서 KTA의 코리아오픈에서는 높이 찰수록 좋은 점수를 받게 되고, WTF의 세계선수권에서는 출전선수 얼굴 높이로 차야만 좋은 점수를 받게 되며, 그 높이에서 벗어나면 심한 경우 감점까지 받게 되는 식이다.

이번 영천 대회에서는 당초 WTF 경기규칙을 적용한다 해놓고서는 막상 대표자회의에 참석해보니 KTA 경기규칙에 따른다고 선포해 크게 당황했다. 해외에서 온 선수단들은 WTF 규칙만을 알고 있을 뿐이어서 익숙지 못한 KTA 규칙에 따른 경기 진행은 처음부터 무리였던 것이다. 대회 주최 측과의 상호 협의로 큰 시비 없이 대회를 마치기는 했지만 참으로 난처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전에도 필자는 태권도 3대 기구의 실무자들에게 몇 차례 건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3대 기구의 사람들은 자기들 생각대로 말을 각각 달리하고 있었다. 국기원 측은 KTA와 WTF와의 회의를 통하여 국기원 규칙대로 합의를 보았는데 합의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KTA는 우리 규칙이 좋으니까 우리식대로, WTF는 우리가 국제경기단체이니 우리 규칙대로 해야 한다고 제각각 주장하고 있다.

품새는 겨루기에 비교한다면 겨우 네살바기 어린 아이에 불과하지만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지난해에는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아시안게임, 올해는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3대 기구가 한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경기규칙을 다듬고 보완해 나간다면 종주국의 리더십과 우월성을 보여주며 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종주국 한 나라 울타리 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기원, 세계연맹, 국가협회가 세계화되어 가는 경기종목에 부합되는 경기규칙으로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먼데 제각기 고집만 내세워 다른 길을 걷는다면 태권도는 건너지 못하는 강에 임자(사공) 없는 나룻배와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김사옥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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