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세계의 스포츠를 이끌어가는 국제기구라면 당연히 본받아야 할 사례가 아닐까.

나이지리아 정부가 2010 남아공월드컵 대회 부진을 이유로 자국 대표팀에 국제대회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굿럭 조나단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축구협회 회장과 집행부를 해임하고 자국 대표팀을 2년 간 국제대회에 출전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FIFA는 ‘축구협회가 정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자체 규정을 들어 나이지리아 정부가 징계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영구 제명하겠다고 경고했다.

물론 나이지리아 정부는 FIFA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FIFA의 경고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치적인 간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나이지리아를 밀접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정당한 권력을 적절히 행사한 FIFA의 정의로운 조치에 감동하기보다는 태권도에서도 FIFA와 같은 굳건한 의지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섰다.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재출범하기 전까지 오래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 태권도계는 만신창이가 됐다.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문체부는 새 정관의 제정, 이사회 구성을 좌지우지했고 이사회는 문체부 의지대로 집행부를 구성했다.

새 정관의 내용이나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해 아직도 태권도인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정관에 따라 이사장 및 집행부 구성에서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고 앞으로도 정부가 세계 태권도 본부라는 국기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당초 국기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려던 이유는 정부로 하여금 태권도를 적극 지원, 육성토록 하자는 것이지, 국기원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장악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후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국기원의 모습은 꼼짝없이 정부의 손아귀에 틀어잡힌 모습이다.

이렇게 될 때까지 FIFA에 준하는 태권도 단체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국기원이 정부와 갈등을 빚을 당시 WTF는 뒷짐 지고 한발 물러서 있었다. 지난 국기원-문체부 간 갈등에서 WTF가 보여준 모습은 전 세계 태권도 경기를 관장하는 국제스포츠연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하고 방관적이었다. 

WTF가 FIFA처럼 한국 정부에 대응해 강경 발언을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FIFA의 권위와 힘이 한 순간에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WTF는 태권도인들의 권익과 태권도라는 스포츠의 독립성을 지켜낼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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