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태권도선수들이 종주국 대표들답게 지난 4일 스페인 비고에서 끝난 제11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 남녀 겨루기에서 모두 종합우승의 성적을 안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대표선수단을 선발, 구성하고 파견한 한국대학연맹의 세계대회 준비 태세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전자호구 준비에서부터 일정의 수립까지 어느 것 하나 매끄러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선 대학연맹 집행부나 대표팀은 출발 10일 전까지도 이번 대회에서 어떤 전자호구가 사용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사정이니 선수들이 대도 전자호구에 준비하고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회 첫날 경기에서는 대도전자호구에 적응을 못해 선수들이 당황하다 보니 ‘노 골드’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대회에 참가한 한 코칭스태프는 “대도 전자호구를 처음 접하다 보니 선수들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 전자호구는 발등 또는 발바닥 센서와 호구센서가 정확하게 부딪친 다음 강도에 의해 점수가 표출되는 것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타격이 약해도 쉽게 점수가 표출되는 경우가 있어 선수들이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대도 전자호구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적응해서 그나마 성적을 잘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할 때는 발바닥으로 밀어차기 기술이 돌려차기보다 훨씬 많은 점수를 표출한다. 이 호구를 사용하거나 연구한 유럽 팀들은 밀어차기에 의존해 경기를 치를 정도였다. 화려하지도 않고 밀기에 바쁜 재미없는 경기일지 몰라도 점수 관리에는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만 있었어도 대회 초반부터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품새경기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판정에서 개최국인 스페인의 텃세에 밀려 코치들이 오히려 우리의 어린 선수들에게 미안해 하고 부끄러워해야 했다. 공식적인 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의 우수한 기량이 옳게 평가받도록 미리 조처할 수는 없었을까.

또 대표팀은 대회 일정과 어긋나게 체제 일정을 잡는 바람에 마지막 날 경기를 치를 4명의 선수와 인솔자만 남기고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본단이 일정에 쫓겨 귀국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날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세컨드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고, 우리 팀은 종합시상식은 물론 폐막식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자초하고 말았다.

뭘 기대하겠는가! 대회에 무슨 전자호구가 사용되는지도 몰랐는데... 그나마 선수들이 잘 뛰어준 게 고맙고 다행스러울 뿐이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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