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사범 수기(10)- ‘돌멩이 되게 하소서’-3

태권도 미개척지 노스캐롤라이나로

적응, 그리고 이사(계속)

이러한 방법이 십방(앞, 뒤, 양 옆, 위, 아래, 그리고 45도 앞 좌우방, 45도 뒤 후방)으로 오는 상대의 공격에 대항하여 싸우기에 가장 용이하고 최대한의 결과를 창출할 수가 있게 된다. 처음에 말하였듯이 상대가 어느 위치에서 공격하느냐, 또는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발차기가 사용되어야 하는지 결정된다. 그것이 결정되면 당연히 어떤 부위의 발을 사용할 것인가가 결정되고, 어떠한 형태로 상대를 찰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어느 부위를 어떠한 정도로 찰 것인가에 대한 결정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발차기가 이루어지면 우리가 연습하듯이 빠른 몸놀림으로 동작과 자세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가격자가 상대를 향하여 공격할 때 상대가 근접하면 뒤로 물러서면서, 또는 옆으로 빠지면서, 상대가 도망하면 쫒아가면서 또는 몸을 돌려가면서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십 가지의 다양한 발동작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떠한 발차기 기술도, ① 앞차기, ② 옆차기, ③ 돌려차기, ④ 뒤후리기, ⑤ 뒤차기, ⑥ 밟기 또는 찍기, ⑦ 뛰어차기(이 기술은 기본 발차기에 넣을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다)의 7가지 방식을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혹시 그 외에 다른 발차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 공식에 한 번 대입해 보라. 아마도 그 외에는 더 없을 것이다.

위의 7가지 기본 발차기가 이루어지면 상대의 어느 부위를 가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되고, 상단, 중단, 하단의 부위에 따라서 무릎의 높이를 조정하여 가격하면 최대의 효과를 가져 올 수가 있다.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은 허리는 발차기에 힘을 실어주고, 무릎은 공격의 방향을 결정지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거리는 많은 변수로 작용할 수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 상대가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를 넣어줄 필요가 없고, 상대가 멀리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를 넣어주며 가격하고, 그래도 거리에 문제가 있으면 다가서면서 가격하면 되는 것이다.

상대가 너무 가까이 있을 경우는 반대로 뒤로 물러서며 상대를 가격할 수가 있겠다. 그런데 우리는 왜 상대가 정면에 있는데 뒤차기를 한다든지 뒤후리기를 하는 것일까? 이것은 허수라고 한다. 허수는 상대를 속이는 속임수이다. 상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기술로 상대를 가격하였을 때 더 큰 타격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없더라도 엉겁결에 당하는 공격에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요령이 필요하다. 연습 없이는 속임수를 사용할 수 없고, 또한 상대를 그런 위치로 유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현대 무술에는 허수가 많이 발달되어 있다. 옛날의 일격필살(一擊必殺)의 방법과는 달리 무술의 경기화가 한 원인이 되고, 멋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또 다른 이유가 되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라고 해야 하겠다.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상대를 어떠한 동작으로 이끌어내는가, 그리고 받아치는가 하는 동작은 현대 무술의 가장 발달된 동작이며 경쾌한 멋이다. 하지만 옛것의 기본 의미를 알고 사용할 때 진짜 발 동작의 진미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장 사범생활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학생들과의 관계가 형성되었을 무렵 나는 버지니아를 떠나야 했다. 바로 위 형님이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도장을 개척하였기 때문이었다. 버지니아 주에 계시는 형님의 생각엔 아직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미개척지라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는 한국인 사범이 고작 4~5명밖에 없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태권도 도장 수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어서 도전해 볼 만한 곳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형님이 먼저 내려오고 나는 1년이 지난 후 뒤따라 내려온 것이다. (지금 이곳 노스캐롤라이나 주에는 우리 형제들의 영향으로 형성된 도장 수가 30~40개나 된다) 새로운 적응과 새로운 도전이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병석 tkdnews@korea.com

이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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