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은 물론 대회 출전에 학교측 전폭적인 지원

체육고등학교 말고 운동부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태권도도 예외가 아니다. 감독, 코치들이 학교 측에 필요한 것을 쉽게 요구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행여 운동부를 폐지한다는 방침이라도 나올까봐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수 지도는 뒷전이고 학교 비위 맞추는 데 더 신경을 쓰는 지도자도 없지 않다.

올해로 8년째 상지여중고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최정원(33) 감독은 그런 점에서 보기 드물게 행복한 지도자다. 제자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시 상지문학원 재단 산하 상지여중고는 태권도부가 운동과 수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우선 이 학교에서는 전국 규모 대회 5개, 그리고 강원도 지역 모든 대회 출전에 소요되는 경비를 제공한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지원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 경희대총장기대회에서 제자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최정원 감독.

상지여중고가 체육고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운동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상지문학원 재단 김길남(43) 이사장의 운동부 사랑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이다. 또 선수생활을 마감한 후에는 지금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상지여고에서 체육교사로 재직했었다. 직접 운동선수로 활약해보고 지도도 했으니 태권도부에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에게 운동부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사장을 비롯해 학교 측이 태권도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해 올해부터는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체육수업을 일부 할애해 매일 한 시간씩 태권도 수련시간을 편성했다. 태권도 선수들의 교내 생활이 모범적이고 인성이 올바르다는 사실을 학교 측이 높이 평가해 전교생 태권도 교육을 실천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체육수업을 줄이고 다른 학과목에 비중을 많이 두는 최근 인문계 고교의 잘못된 교육 방향과는 구별되는, 학생들의 건강과 인성을 더욱 중시하는 이 학교의 큰 자랑이다.  

상지여중고 태권도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탄탄한 지도진이다. 강원사대부고와 관동대를 거치며 선수생활을 했던 최 감독은 지난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부 코치로 선임돼 한국을 여자부 종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 부임한 양지은 코치도 경희대와 김제시청을 거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상지여중고는 올해 세 번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보였다. 용인대총장기대회에서는 장별(L-미들급, 3학년)이 금메달, 이운경(핀급, 2학년)이 은메달을 획득했고, 중고연맹회장기대회에서는 장별과 박미진(헤비급, 3학년)이 나란히 동메달을 따냈다. 대통령기대회에서는 이운경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강원도협회장기대회에서는 고등부 우승, 중등부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중등부 유하늘(플라이급, 3학년)과 장윤실(미들급, 3학년)은 소년체전 강원도 대표로 선발됐고 아직 선발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고등부에서도 강원도 대표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지여중고의 상승세를 전국 강호들이 두려운 눈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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