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사범수기 Ⅱ -운명이 정해준 태권도 인생(10. 끝)
다시 태어나도 내 선택은 태권도
"If someone asks me if I would take taekwondo once again after spending my whole life in it, how should I answer him? This will be my answer: 'Why not?'"
어떤 직장에서든 무능력하거나 무지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태권도계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용납하기가 한층 어렵다. 태권도는 수련생들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태권도협회 임원으로서 존경도 받아 보았지만, 나 역시 타인의 질투, 욕심, 경시와 편협성도 경험해보았다. 비록 태권도를 수련한다지만 누구에게나 이러한 본성은 가지고 태어나기에 마음을 갈고 닦아야만 한다. 특히 경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의 정신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대회(World Championships)를 포함해 많은 대회에 국제 심판으로 나가 보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너무 슬프기만 하다. 판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조용히 명예롭게 심판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선수들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코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올바른 행동과 매너를 태권도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태권도 경기를 보는 관람자들 눈에는 이러한 점이 눈에 띄지 않지 않는다.
하지만 태권도를 통해 같은 목적을 나눌 수 있는 많은 친구와 지인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위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부분을 이겨나갈 수 있게 해준다. 나의 경우 국기원 해외사범 연수(Kukkiwon Instructor Course)과 같은 국제 이벤트는 다른 태권도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너무 좋아 하다. 한국에 올 때마다 같은 길을 걷고 있고, 같은 이상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큰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이규현(Lee Kyu Hyun) 큰 사범님을 만나면 마치 차 휘발유통에 최고급 휘발유(pure super petrol)를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로운 힘과 아이디어를 얻어 태권도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태권도의 본산지인 한국에 오면 젊음의 분수 속에 뛰어드는 것 같아 새 에너지를 충만히 채워 한 십년은 더 젊어져서 고향으로 돌아가곤 한다.
현재 태권도는 거의 세계 모든 곳에 뿌리 내렸다. 이제 세계 어디로 여행을 가든지 태권도 인을 만날 수 있다. 평상시 같으면 생각도 하지 않던 나라를 태권도라는 글로벌 가족(global family)에 속해 있는 덕분에 가 보기도 했다. 결국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 태어났든지, 피부색이 어떻고, 체격과 머리 스타일이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 모두는 동등하다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여행해온 발자취를 돌이켜 보면, 나는 태권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다방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내가 배운 대로 내가 아는 대로 꽤 많은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심판으로 많은 대회에 나가 활동했으며, 가능한 정직하고 공평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오스트리아태권도협회와 비엔나태권도연맹의 회장으로 오랫동안 봉사도 했다.
얼마 전 독일에 계신 서유남(Seo Yoo Nam) 큰 사범님께서 새 책을 한 권 보내주셨다. 독일에 태권도의 뿌리를 내리는 데 참여한 몇 안 되는 초창기 사범님인데 일흔이 넘은 나이에 태권도 동작과 기계체조를 토대로 건강과 휘트니스(fitness)에 관한 새 책을 내신 것이었다. 직접 여러 자세를 취하며 교수를 하셨는데, 그분의 몸은 나이에 비해 너무도 완벽하고 유연성도 놀랄 만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분의 웃음과 미소였다. 너무 행복해 보였고 사진 한 장 한 장이 예술이었다. 보는 이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삶의 에너지와 기쁨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이 책이 독일에서 크게 각광을 받았는데, 기술이 담겨 있는 일반 태권도 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태권도가 다른 스포츠와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해지고, 민첩해지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태권도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내게 “평생을 이 일에 몸담았는데 다시 태어나도 태권도를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이럴 것이다.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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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모쉬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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