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갈등 끝에 특수법인 국기원이 출범했다. 11일 이제까지 재단법인을 이끌어온 이승완 원장과 앞으로 특수법인을 이끌어갈 강원식 원장이 한 자리에서 이취임식을 가졌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광경이었다.
새 집행부는 이날로 국기원에 입성, 공식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짊어진 새 집행부가 어떤 일부터 손을 대야 할지에 대해 태권도인들의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이 출범하는 국기원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그동안 갈가리 찢긴 태권도계의 화합, 그리고 추락한 국기원 위상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먼저 요구되는 것이 이사진 내부의 결속이다. 국기원 새 이사진 구성은 겉으로만 봐도 문화체육관광부 쪽에서 내세운 인사들과 기존 태권도인들로 대별된다. 본격적이고 심각한 사안에 이를수록 이사회의 의사결정에서 문체부 쪽 인사들은 정부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태권도인들은 이에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것은 대별되는 이사진 사이의 균열이다.
새 정관에는 이사장 등 임원 선출 과정에서 문체부가 국기원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때문에 국기원에 대해 정부가 지나친 간섭을 우려하는 태권도인들이 많다. 국기원을 떠난 지난 집행부 인사들도 정부에 종속된 국기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새 집행부는 태권도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상과 같은 지적과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새 집행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사진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무처의 합리적인 조직과 효율적인 업무수행이다. 지난 집행부 하에서 국기원은 3국(국제국, 사무국, 연수국) 체제로 운영됐으나 새 정관에서는 행정조직을 2처(사무처, 연수처)로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새 집행부에 의한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며 인사 조정도 예상된다. 전 집행부가 구성했던 기술전문위원회에도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조정 과정에서 마찰이나 반발이 발생하지 않고 새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신중한 인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부 기관과의 관계 정립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먼저 홍준표 회장의 대한태권도협회(KTA)와는 감정적인 앙금부터 씻어내야 한다. 홍 회장의 국기원 개혁에 반대했던 인사들이 새 국기원 집행부에 들어오면서 일부에서는 KTA가 자체 단증발급을 검토하는 등 국기원과 극한적인 대립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까지 했었다. KTA와 국기원이 대립할 경우 태권도계는 또 다른 분열과 갈등으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태권도연맹(WTF), 태권도진흥재단과의 관계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WTF와 진흥재단은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의 설립과 운영을 추진하며 재단법인 국기원과 심각한 마찰을 빚었었다. 세계 태권도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국기원이 배제하려 한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실제로 태권도공원 완공 후 사업 및 업무가 대거 축소될 진흥재단이 태권도 관련 단체들의 사업영역을 잠식해 들어갈 소지는 많아 보인다. 특히 국기원은 그들 고유 업무를 진흥재단이 침해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국기원의 새 출발을 계기로 국기원은 연구와 교육, WTF는 범 세계적인 스포츠로의 발전, 진흥재단은 지원과 시설관리에 중점을 둔 상호 업무 영역의 협의와 협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WTA의 운영에서도 이런 원칙 아래 업무를 구분하도록 국기원 스스로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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