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위해 멋지게 지는 법도 가르쳐야

"To accept the result controlling your emotion at the moment of disappointment is the highest teaching that one should learn from taekwondo training because it means that you are fighting not another opponent, but yourself, and thus you are winning, regardless of the lost competition."

어떤 수련생들은 품새의 앞부분을 조금은 기억했다.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아래 막기처럼 간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생들은 그 부분도 쉽게 잊어 버렸다. 사범이 구령을 붙일 때 움직이지 않은 수련생들은 최소한 틀리는 일은 없었다. 구령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은 제각기 여러 방향을 향해 움직였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콤비네션을 만들었다. 태권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범들도 전에 어디서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가장 끈기 있고 혁신적인 어떤 수련생은 만일 사범이 도장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품새를 하다가 도장 밖으로 나가 길거리에서 자신들만의 품새를 했을지도 모른다.

절망에 빠진 사범은 그래도 한 번 더 수련생들을 일일이 한 명씩 출발점에 다시 세운다. 구령을 붙이면서 한 발씩 나아가며 처음 품새를 만든 이들이 의도했던 모습을 상상해가며 수련생들의 자세를 고쳐간다. 고문하는 것과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범은 다시 행복해진다. 이번 수업에서는 다친 사람이 없어서다. 모두 다 자신의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고, 눈에 띠게 멍이 든 사람도 없었다. 아까 자기 자신의 얼굴을 때린 아이만 코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을 뿐이다. 수업이 끝나면 사범의 안내 없이 거의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서 종례를 할 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 여러분. ‘유 캔 두 잇!(You can do it!)’ 다음 시간에 봅시다.”

이제껏 말한 내용은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혹시 내가 묘사한 수련생 같은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범님이 있을지 모르지만, 난 분명히 경험했다. 가르치는 일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활동이다. 제대로 가르치기만 하면 태권도는 본질적으로 도덕 윤리관을 (수련생들에게) 심어준다. 자신의 수련생들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사범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에는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수련생들은 태권도를 수련함으로써 승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스포츠 경기가 최우선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긴다’는 말은 삶에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사범은 승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수련생들에게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가면 승자보다는 패자가 더 많다. 그래서 ‘이등은 최고의 패자다’(Second place is the first loser.)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세계 챔피언조차 이긴 게임보다는 진 게임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생각에는 태권도 사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수련생들에게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당당하게 지는 법을 배움으로 인해 그 수련생은 비로소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련생에게 엉터리 기술을 가르쳐서 지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 학생들이 경기에서 매번 이기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 역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패배하는 상황은 더 자주 벌어지기에 상대 선수와 심판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선수는 게임의 결과를 분석하고, 올바른 결론을 내리고,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긴다는 것은 쉽다. 모든 사람은 승자를 사랑한다. 연단에 오르면 자신이 꼭 왕이 된 기분이 든다. 반대로 경기에서 지면 심판이나 상대 선수와 심지어 관람객이나 코치까지 비난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레슨이다. 내가 싸우는 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에서 져도 나는 이기는 것이다.

수십 년간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수련해온 사람으로서 그동안 내 생에 최고 순간과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 언제였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어떤 결과를 얻었고 어떤 성공을 이루었는지. 가장 떠올리기 싫은 시간은 태권도를 스포츠로 생각했던 때였다. 다시 말해 비능률적이고 무지한 국가협회와 그 직원들과 함께 했던 일이며,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코치들과 부딪쳤던 일들이다.

노르베르트 모쉬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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