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 받는 기쁨을 모르는 태권도 대회

신병주 기자
승인 2010.06.09 10:03
호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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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고등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 대회가 끝나고 모두 떠난 자리에서 버려진 상장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2위’ 라고 씌어 있었다. ‘2위면 나쁜 성적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크게 놀랐다.

커버에 담겨 수여된 상장은 그렇게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참 큰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수많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다.

“2등 상장 따위는 필요 없다는 말인가?” 버려진 상장을 보면서 기자는 대회도 많고 상도 넘쳐나니 이거야말로 이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태권도 대회를 웅변해주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대통령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어떤 종목에서든 대통령기대회는 권위 있는 대회로 알아준다. 더군다나 단체대항태권도대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팀마다 종합 순위에서 앞서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경기를 할 때 까지만이다. 일단 경기가 끝나고 순위가 바라던 최상의 결과가 아니라 생각되면 시상식은 전혀 남의 일이 되고 스스로 대회를 끝내 버리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팀들이 있다.

국내 대회로는 몇 안 되는 권위 있는 대회인 이번 대통령기대회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일반부와 대학부 시상식에서 4, 5위 팀들이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아 대회 주최 측에서 대신 상장과 트로피르 받는 광경이 목격됐다. ‘급한 일이 생겨 부탁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또 다른 팀이 시상식에 불참한 것이 확인되었다. 개인 시상도 아니고 단체 시상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런 광경을 고등부 선수들도 빤히 지켜보고 있었으니 더욱 창피한 일이었다.

상을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라 경비 문제로 시상식에 불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태권도인은 “고교 팀들의 경우 시상식도 중요하지만 이동시간을 놓쳐 하루치의 숙식비용이 더 드는 문제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받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보면 상이 필요하긴 한 모양이다.

기울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상을 직접 받으면서 선수들이 느낄 보람과 기쁨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시상식 참여 문제는 주최 측도 상을 받는 팀들도 재고해 볼 일이다.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면 또 나름대로 선수들에게 분발의 자극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태권도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이 땀 흘린 결과로 받게 되는 상의 기쁨과 의미를 알게 했으면 싶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