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개최지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대회를 치를 여러 가지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어떤 성격의 대회인지, 어떤 선수들이 참석하는지, 대회 유형에 따라서 그 기준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이다. 참가자는 물론 경기 관전을 위한 방문자들의 안전이 개최지 결정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WTF 주최로 오는 7월 25일부터 시작되는 월드컵태권도대회는 중국 신장성 우루무치에서 열린다. 지난 3월 티후아나에서 열린 WTF 집행위원회에서 우루무치로 최종 결정했다. 중국에서 월드컵대회를 개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것이 우루무치라면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 지난해 여름 이곳에서는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토착민인 위구르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에 반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소요사태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됐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한동안 이곳에 대한 여행 자제를 당부했고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도 이 지역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까지 취했었다. 우루무치는 그런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종족 간 마찰 위험 이외에도 우루무치는 국제대회 개최지로는 아직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경 지역으로 마약과 범죄가 들끓는 곳이기 때문이다.
WTF가 지난 3월 유스올림픽 세계예선전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멕시코 티후아나도 똑같은 지적을 받았었다. 국경 지역으로 범죄가 많아서 현지인들도 밤에는 거리에 나오지 못하는 곳으로 왜 이런 곳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부패한 현지 경찰에게 한국인이 현금을 강탈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당시 현지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태권도인들은 “WTF가 어떤 기준으로 개최지를 선정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국제대회를 수차례 다녀왔던 태권도인들은 티후아나의 치안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태권도인들이 이번 우루무치 월드컵대회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넓은 중국 땅에서 왜 하필이면 우루무치냐고 놀라는 이들도 많다.
올림픽의 경우 개최지 결정과정에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IOC가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올림픽과 WTF 주최 대회인 월드컵태권도대회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참가 선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출전해 경기에 몰두할 수 있는 최소한 조건을 갖춰진 곳을 엄정한 조사과정을 거쳐 선택하는 것이 WTF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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