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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품새대회를 눈앞에 두고
  • 이경명 전문위원(태권도문화연구소장)
  • 승인 2006.08.21 17:06
  • 호수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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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7월 26일 호치민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총회에서 제2회 세계태권도품새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태권도 본산으로서 품새의 경기화 초석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듯하다.

태권도 기술체계 가운데 일찍이 ‘겨루기’ 수련 단원이 경기화에 실천적 의지를 폄으로서 태권도 기술의 발전은 물론 태권도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태권도〔겨루기〕경기란 무엇인가? 이는 1:1 바로 내 앞에 마주한 상대와의 겨룸이다. 신체의 직접타격에 의한 공격행위로서 득점에 의한 평가방식을 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에 반해 오는 9월 4일부터 6일까지 펼쳐질 태권도〔품새〕경기는 신체의 비접촉행위로서 ‘동작군’의 표현방식을 함의한다. 여기서 ‘동작군’은 품새에서 드러나는 동작의 무리, 즉 복수적 의미로서 지정된 범위 내의 품새를 말하며 '기(技)와 기(氣)의 절묘한 표현예술‘ 형식을 통해 정신과 혼이 배인, 절제된 동작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태권도 경기는 겨루기이든 품새 종목이든 간에 심판의 평가(판정)에 의해 승패가 가려지는 것이다. 겨루기 종목의 태권도 경기는 직접타격에 의한 공격력, 즉 정확도와 강도가 평가의 기준이라면 품새 종목의 태권도 경기는 직접 표현에 의한 동작의 정확성과 표현력 및 정신을 평가하는 제도가 서로의 다름이다.

심판은 선수의 경기 기량을 공정하게 펼칠 수 있게 하고 그 경기결과를 엄정히 판정해야하는 것이 책무(責務)이다. 심판의 역할에서는 경기규칙의 해박한 이해 범주에 따른 규칙적용이 생명이다. 

선수에게 규칙적용의 균형이 발현되기 위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비록 보잘 것 없는 식물 중 어느 하나가 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드러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분과 햇볕은 기본적 자양이 아닐 수 없듯이 경기에서 심판의 덕목이란 ‘인간적’ ‘인간다운’ 심성에 따른 혜안(慧眼)과 양심(良心) 등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태권도를 열애하는 선수보다는 일부 심판원이 어쩌면 경기태권도문화를 그릇되게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우리는 심판의 역할에 찬사는커녕 질시해야 하고, 왜 심판은 관중으로부터 정당한 대우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걸까? 대회에 즈음하여 심판으로 선발되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다. 어렵게 자격증을 획득한 심판으로서 대회에 참가하여 심판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영광이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국제심판의 자질을 향상시키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우선은 심판배정을 위한 프로그램개발은 물론 심판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의 평가제도, 그 자료를 토대로 한 심판선정 기준마련 등 객관적인 행정시스템 구축에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직원들의 국제심판 업무비리 관련 비윤리, 비도덕적 행위 등으로 무성했던 소문은 상벌위원회의 결과로 일단락된 것일까? WTF 조정원 총재는 상벌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반 디보스(집행위원 겸 IOC 위원)가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즉 “〔미화〕1불이든 100불이든 부정행위는 도덕 윤리적인 면에서 동등한 죄질로 간주된다” 라는 경고는 유효하고 감동적이다.

WTF 직원들은 공인(公人)이다. 그 가운데 태권도 중견인 몇몇은 태권도인이라는 자부심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체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나는 누구이며 태권도는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지 않는가! 

한국문화로서 태권도세계의 미래는 특히 종주국의 태권도인에게 그 명운이 달려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대회장에서 문제의 발생은 한국계 심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WTF 징계에 연루된 직원들의 그간의 일상적 행위는 공인으로서 조금도 반성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세평(世評)에 인간본성의 사단(四端) 가운데 적어도 수오(羞惡)와 사양(辭讓)의 마음(心)이 요구된다. 

이제 태권도 품새 세계대회를 눈앞에 두고, 특히 종주국에서 열리게 되는 첫 대회로서 ‘성공적’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심판들의 양심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양심(conscience)이란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정선(正善)을 명령하고 사악을 물리치는 통일적인 의식이다. 이 같은 양심은 심판에게만 요구되는 주문이 아니다. 행정을 맡고 있는 담당부서의 직원들에게도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이다. 겨루기 경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듯하다. 자칫하면 겨루기 경기보다는 더 재미가 없을 지도 모를 경기운영, 판정의 결과 등을 감안하여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야 할 항목이다.

WTF는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자 겨루기 경기문화의 개선책으로 전자호구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듯하며, “전자호구, 실전 도입만 남았다”는 태권도신문(2006. 8. 7)의 기사가 보인다. 심판 평가체제, 경기복 신개념의 도입 등 경기 태권도 문화의 행보에 걸맞은 공인(公人), 즉 직원들의 공인의식(公認意識)이 아쉽다. ‘태권도문화의 바로서기’는 유관 기관의 솔선수범과 상생적 정신의 고양에서부터 실천돼야 한다는 경종(警鐘)이 울리고 있다.

태권도 수련은 몸과 마음의 훈련으로 얻어지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전제로 하는 인격함양임이 결코 구두선(口頭禪)이 아니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이경명 전문위원(태권도문화연구소장)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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