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복을 입을 때 맨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다듬게 되는 부분이 허리띠다. 신발을 착용하는 일반 운동선수들이 운동화 끈을 죄며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듯이 무도 태권도의 수련생들은 태권도복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수련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수련생들은 통상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강색의 띠를 거쳐 마지막으로 단에 오르면 검은색 띠를 매게 된다. 그러나 어린 수련생들은 성년이 되어 단에 오르기 전 1품에서 4품까지 모두 검은색과 빨강색이 반씩 섞인 띠를 매게 되어 있다. 이들이 국기원에서 받는 공인 품증에도 빨강색과 검은색 띠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국기원 품증

영문을 모르기는 기자도 마찬가지. 그래서 품증을 발급하는 국기원 관계자에게 질문해 보았다. “몇 번의 디자인 변경을 거처 지난 2006년 4월부터 카드 형태로 된 현재 모양의 단·품증을 발급해 왔다. 그래도 품증 디자인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국기원 관계자는 오히려 그런 질문이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국기원은 지난 1980년 2월부터 국기원장 명의로 단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외부 디자인회사에 의뢰하고 수십 번의 내부 회의를 거쳐 여러 차례 품단증의 모양을 개선해왔다고 한다. 질문처럼 왜 품띠를 매는 관례와 품증의 문양이 다른지는 제작업체에게 물어보아야 알 수 있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작업체의 연락처는 많은 시간이 지나서 보관된 게 없다고 말했다. 궁금증이 가시기는커녕 오히려 답답증마저 느끼게 하는 답변이었다.

한국체육대 안용규 교수가 발표한 한 논문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품띠가 꼭 필요하다면 빨강띠의 능력은 인정되지만 검은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현행의 적색과 흑색을 반씩 배열한 품띠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교수가 해석한 품띠의 색상 의미를 근거로 한다면 품증의 디자인도 검은색이 빨강색  위에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하고 조화로워 보인다. 기자의 질문에 국기원 관계자도 수긍이 갔던지, “품증(카드식 소품증)에서 문제의 부분 디자인을 변경해 제작을 의뢰했다. 빠른 시일 안에 변경된 디자인의 품증을 발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기원은 단품증은 물론 국기원 관련 CI(corporate identity)를 전면 쇄신하기 위해 작업 중으로 현재 초안은 나온 상태며 앞으로 디자인 업체와의 협의, 국기원 내부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권도인이라면 누구든 국기원 품단증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으로 삼는다. 작은 잘못의 지적에도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국기원에 믿음이 갔다. 이번 일을 계기로 품단증은 물론 태권도와 관련된 모든 일처리에 더욱 사려 깊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
<황창기 기자>

황창기 기자  hcgtkd@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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