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신문은 태권도진흥재단의 협조로 해외 한국인 사범 수기와 외국인 사범 수기를 교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675호까지 연재된 재 캐나다 서정길 사범의 수기에 이어 이번 676호부터는 오스트리아의 노베르 모쉬(Norber Mosch) 사범의 수기를 서정윤 교수의 번역으로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인 사범 수기는 신문지상에는 한글 번역본을, 인터넷판에는 한글본과 영문 원본을 동시에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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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entered the floor and from that moment I was hooked. I trained as many times I could during the months in Hamburg, and when I returned to Vienna after having been examined for yellow belt by Master Shin Boo Young, destiny struck m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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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5세다(역자주: 수기를 쓸 당시 2006년 나이). 나는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태권도 사범이다. 이 글은 짧지만 꽤 오랫동안 진화되어온 내 삶에 대한 기록이다. 무엇이 당신을 무도인으로 만들었는가?(What makes you a martial artist?)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태권도에 헌신하게 했는가?(What transforms you into someone who devotes his life to taekwondo?) 나는 이 같은 질문의 답으로 ‘운명’(destiny)을 생각해본다.

내가 태권도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73년이다. 독일 함부르크(Hamburg)에 갔을 때 우연히 생긴 일이다. 당시 태권도장 이름에는 ‘코리안 가라데’라는 말이 쓰였다. 태권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서유럽에서는 거의 없을 때였다. 그 해 ‘태권도 세계연맹’이 막 설립되었을 때였다.

당시 유럽에는 태권도 사범들이 몇 명되지 않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태권도를 가르쳤다. 태권도 스타일이나 품새, 용어도 모두 옛날 방식이었다. 나는 12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하여 그 후 8년간 수련을 계속했다. 가라데를 잠시 접한 것은 비엔나대학(University of Vienna)에 다닐 때였다. 몇 개월 간 돈도 벌고 일에 대한 경험도 쌓기 위해 함부르크에 잠시 갔었는데, 그때도 나는 수련할 도장을 찾았다.

함부르크는 내게 돈과 경험뿐 아니라 내 미래의 부인이 될 한국 여성을 만나게 해준 곳이다. 당시 내 와이프는 함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수련할 도장을 찾는 중 나는 ‘코리안 가라데’라는 간판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호기심을 가지고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도장 분위기가 매우 심각하여 나는 곧 위축감을 느꼈다. 수련생들의 집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날카롭게 보였던지 문자 그대로 그 날카로움이 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내 모교인 비엔나대학에서 배운 가라데 수련과는 완전히 달랐다. 매트에 올라가는 순간 나는 이 새로운 무술에 매료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함부르크에 있는 동안 수련에 최선을 다했다. 심사를 보고 신부영(Shin Boo Young) 사범님으로부터 노란띠를 받고 나는 비엔나로 돌아왔다. 태권도와의 나의 운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비엔나에는 태권도를 수련할 수 있는 도장이 없었다. 그 해 여름 나는 처음으로 한국에 갔다. 내 미래의 와이프을 따라 서울과 이국적인 여러 장소를 방문하였다. 1970년대의 한국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시골에 가면 전통적인 초가집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인 내가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논 사이를 걸어가고,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불교 사원을 보고 있자면 내가 아시아 한 곳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의 70년대 정치적 상황은 편안치 않았지만 우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여행하며 즐기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북한과의 냉전 때문에 군인들의 검문 초소를 수도 없이 지나갔다. 밤 12시가 되면 전국에 통행금지가 시작되어 아침이 되어서야 풀렸다. 한 번은 부산에서 오토바이가 고장 나 우리가 머물고 있던 여관에 통행금지 시간 안에 돌아갈 수 없었다. 통행금지에 걸려 덕분에 헌병차를 얻어 타고 여관에 돌아오면서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기도 했다.

당시 나는 머리를 길게 길렀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내 장발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한 번은 거리에서 어떤 사람에게 사진을 찍힌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해 한국을 다시 방문해보니 내 사진이 전주에 있는 한 사진관 창문에 걸려있었다. 내 모습은 예수 같았고 머리 위에는 성자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둥근 후광(halo)까지 그려져 있었다. 외출만 하면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웃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미국 사람, 미국 사람!”하며 크게 소리치기도 했다.

가는 곳 마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져 내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유럽인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미국인으로 통했다. 한번은 버스 창문가에 앉아 있었는데 천천히 버스가 움직이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차가 멈춰선 적도 있었다. 마침 앞에는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한꺼번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장발인 미국 사람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얼마동안은 나도 이런 일을 우습게 생각했는데 곧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마치 무슨 연예인인 것처럼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둘려싸이게 되면서 나의 프라이버시(privacy)가 없어져 버렸다. 이런 일을 밤낮 당하는 연예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 나는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평범한 사람인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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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르 모쉬(Norber Mosch)
1952년 1월 23일 오스트리아 출생, 국기원 7단
<번역=서정윤 교수>

노베르트 모쉬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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