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선수.

김유진 선수가 준결승 상대인 뤄종시(중국)를 누른 뒤 주저앉아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 태권도의 여전사 김유진이 –57kg급 정상에 우뚝섰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새벽 4시30분께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벌어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세계 2위이자 작년 세계선수권 챔피언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을 2대0(5-1 9-0)으로 제압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1라운드를 초반부터 큰 신장을 이용해 얼굴공격을 시도하자 키야니찬데가 연속적으로 잡기 반칙을 범했고, 감점으로 점수를 앞서나갔다. 이후 승기를 잡은 김유진이 몸통 공격을 성공하며 5-1로 승리했다.

김유진은 2라운드에서도 얼굴공격을 성공하며 3-0으로 앞섰다. 키야니찬데의 공격을 피한 김유진은 몸통 공격을 성공하며 5-0으로 점수를 벌렸다. 상대 감점으로 6-0. 또 몸통을 때리며 8-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김유진은 9-0으로 승리하며 첫 올림픽 데뷔전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57kg급에선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나온 금메달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노 골드(은1 동2)’ 수모를 당했던 태권도 종가는 첫날 박태준이 남자 58kg급에서 우승에 이어 김유진도 정상에 오르며 이미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24위의 반란이었다. 하위 랭커 김유진은 상위 랭커들을 하나씩 제압하고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앞서 16강전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2대0으로 잡은 그는 8강전에서는 4위인 한국계 캐나다 선수 스카일라 박을 2대0으로 완파했다. 4강전에선 체급 최강자 1위 뤄종시(중국)까지 2대1로 물리쳤다. 결승 무대에서도 2위 키야니찬데를 잡으면서 이변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유진은 파리행 티켓을 잡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이미 어제 남자 –58kg급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과 -80kg급 서건우, 여자 +67kg급 이다빈은 랭킹 5위 안에 들어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김유진은 이들과는 달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국 태권도에게 남은 파리행 티켓은 단 한 장. 국내 선발전과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체급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태권도협회가 경기력향상위원회의를 통해 여자 –57kg급을 대륙선발전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로써 김유진은 지난 2월 국내 선발전을 통해 우승해 대륙별 선발전 출전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3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대륙선발전에서 결승전에 진출,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이다. 그렇게 김유진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먼길을 돌아 첫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렇게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잡은 김유진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쉼없이 훈련에 전념했다. 김유진의 소속팀 감독이자 손효봉 국가대표 코치는 “김유진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든 훈련을 소화내고 있다”며 “반드시 기대 이상의 성적(금메달)을 낼 것”이라고 말해 금메달 획득에 대한 확신을 내보였다.

김유진의 올림픽 금을 위한 훈련 파트너인 송다빈(+67kg, 울산시체육회)과 남민서(한국체대)도 큰 몫을 했다. 유럽선수들에 비해 파워가 부족한 김유진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과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겨낸 김유진은 첫 경기인 16강에서 만난 튀르키예 하티스 쿠브라 일군을 맞아 세트스코어 2대0(7대5, 7대2)으로 제압하고 어렵지 않게 8강에 진출했다.

이후에도 가벼운 움직임을 보이며 상위 랭킹 선수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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