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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서 4년만에 '정상탈환'슬럼프를 극복하고 바쿠 세계선수권 1위
  • 김창완 기자
  • 승인 2023.05.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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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서 승리 후 기뻐하는 모습

배준서(23·강화군청)가 슬럼프를 깨고 4년 만에 세계정상 자리를 되찾았다.

  배준서는 30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결승에서 게오르기 구르트시에프(23·개인중립자격선수·AIN)를 상대로 라운드 점수 2-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배준서의 개인 두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배준서는 지난해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kg급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4㎏급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 배준서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에서 총 265점(경기 당 평균 44점)을 뽑아 ‘떡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타공격에도 능한 배준서가 발로 공격을 하는 족족 찰떡같이 점수가 쌓여 붙게 된 별명이다. 이후 오랜 기간 슬럼프와 부상을 반복했던 배준서는 이날 모처럼만에 위용을 회복했다.

-58kg 결승 홍 배준서(강화군청)

  8강전에서 WT 세계랭킹 3위이자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무함마드 칼릴 젠두비(21·튀니지)를 상대로 라운드 점수 2-1로 승리한 건 백미였다. 1라운드에서 7-7로 접전을 벌인 끝에 우세패로 라운드를 내줬던 배준서는 2라운드에서 분풀이를 하듯 장기인 연타를 선보이며 9-0 승리를 거뒀고 3라운드에서도 11-8로 앞서며 준결승 진출권을 가져갔다.

  결승에서 구르트시에프를 상대로 떡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경기 시작 22초 만에 주먹(1점)으로 선취점을 낸 배준서는 이후 몸통공격 2개, 머리공격 1개로 점수 차를 순식간에 8-2로 벌린 뒤 감점 2점을 추가해 10-2로 1라운드를 끝냈다. 2라운드에서도 몸통공격 5개(각 2점) 등을 적중하며 15-5로 여유롭게 승리했다. 이날 배준서의 ‘세컨석(지도자석)’에 앉아 지도자 데뷔전을 치른 이대훈(31)은 명지도자로의 첫 발을 순조롭게 뗐다.

배준서가 태극기를 들고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같은 날 여자 67㎏급에 출전한 홍효림(17·강원체육고)은 8강에서 코트디부아르의 루스 그바그비(29)에게 라운드 점수 1-2로 졌다. 홍효림은 경기 시작 8초 만에 그바그비에게 몸통공격을 허용해 2점을 내준 뒤 그바그비의 공세에 주먹으로 1점을 내는 데 그치며 첫 라운드를 내줬다. 2라운드에서 시원한 머리공격(3점) 등을 성공하며 9-2로 앞섰지만 3라운드에서 뒷심 부족에 고개를 숙였다. 2-4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머리공격(3점)을 시도하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심판은 홍효림의 공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홍효림은 내리 몸통 연타 두 방을 허용해 2-8로 3라운드를 내줬다.

  지난해 8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68㎏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홍효림의 성인 세계선수권대회 데뷔전은 8강에서 끝났다. 경기 후 홍효림은 “아쉽지만 앞으로 뛸 경기가 많기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성장하고 싶다”며 의연하게 소감을 밝혔다.

  여자 73㎏급에 출전한 ‘파이터’ 이다빈(27)은 16강에서 이탈리아의 마리스텔라 스미라글리아(27)에게 라운드 점수 0-2로 졌다. 1라운드를 0-5로 내준 이다빈은 2라운드에서 1-4로 뒤지던 종료 32초 전 이다빈은 스미라글리아의 머리에 발차기를 성공(3점)하며 4-4 동점을 만든 뒤 역전을 노렸지만 경기 종료 4초전 주먹공격(1점)을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은메달 당시 상대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패자의 품격’을 보여주기도 했던 이다빈은 이날 눈물을 보였다.

  이다빈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다른 대회에 비해 많이 준비를 하고 왔다. 그랬던 부분이 스스로에게 많은 부담이 됐던 거 같다. 오늘은 울었지만 이를 계기로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치러진 여자부에서는 프랑스가 모두 우승했다. 여자 68㎏급에서는 마그다 위엣 에낭(28)이, 73㎏급에서는 알테아 로랭(22)이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선수 일문일답

-금메달 딴 소감은?

=다음 올림픽을 가기 위해 제 태권도 인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렇게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 제가 원하는 결과 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 이후 4년 만에 정상에 섰는데 소회는?

=4년 동안 시간이 길다 보니 되게 힘든 일도 있었고 부상도 많았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훈련하면서 달려오니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다. 남은 기간도 올림픽을 위해 더 열심히 달려보겠다.

-이번 대회 어떤 각오로 준비했나.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일단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준비했다.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

-근접전이 강한 거 같다. 장점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강화태권도(도장이름)에서 훈련을 했다. 산도 많이 뛰고 이제 근력, 체력 위주로 강화 운동을 했다. 겨루기에서도 제일 자신 있는 점이 체력이나 근력적인 부분이라 상대와 거리를 붙이고 전술적으로 하려고 하는 편이다.

-코치진이 해준 이야기는?

=저희 소속팀 감독인 염관우 감독님이 시작 훨씬 전부터 저에게 맞는 전략을 세뇌시키듯 얘기하셨다. 경기 중에는 또 이대훈 코치님이 경기 중에 당황하거나 할 때마다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체급 경쟁자 많은데 올림픽까지 각오는?

=일단 부상을 첫 번째로 조심하고, 지금 부족한 점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던 거 같다. 부족한 점 보완하면서 저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훈련해야 할 거 같다.

-8강 튀니지 선수와 경기가 고비였던 거 같다. 무슨 생각으로 임했나.

=그 선수가 힘도 좋고 굉장히 긴 선수여서 초반에 잡고 이러니 좀 당황했다. 이 대회 시작 전부터 고비가 한번은 올 거라고 주변에서도 이야기했었고 그 고비를 넘으면 1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고비만 넘어보자 이런 생각으로 집중해서 더 이기려고 했다.

-공격적이고 화끈한 태권도 보여줬다. 본인 성향에 잘 맞나.

=제 체력이 강점이다 보니, 소극적으로 하면 제가 가진 능력을 안 쓰는 것 같다. 저는 기술 전에 체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초반에 기술을 최대한 안 맞으면서 하다보면 나중에 저의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경기에 임한다.

-피하는 능력 좋던데 보고 피하나.

=아뇨. 그건 본능적으로 피하는 거 같다.

-이대훈 코치는 어떤 조언을 해줬나.

=튀니지 선수 같은 경우, 이대훈 코치랑 저랑 되게 경계했던 선수고 올라올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원래 스타일대로 할지, 공격적으로 할지, 수비적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공격적으로 해보자 해서 되게 도움이 됐다. 같이 상대 동영상 보면서 빠르게 상대 특성 파악했던 게 좋은 영향을 줬다.

-플레이에 비해 세리머니가 덜 화끈하다.

=올림픽에 나가면 세리머니 더 해보겠다.

-고마운 분들에게 한 말씀.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제가 올림픽 나가는 걸 되게 기다리고 계신다.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 부모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절 가르쳐주신 염관우 원장과 강화태권도 선수들 다 한국에서 응원 많이 해준 것으로 안다.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홍효림

-첫 대회 소감은?

=너무 아쉽고,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뛸 경기 많으니까.

-어떤 부분이 제일 아쉬웠나.

=(8강전 3라운드 막판) 머리공격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비디오 판독 결과) 점수로 인정이 안돼 너무 아쉬웠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나.

=선수촌에서 언니들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했던 거 같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

 

@이다빈

-평소보다 어떤 점이 부족했나.

=다른 대회에 비해 준비를 엄청 많이 하고 왔다.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서 훈련량도 많이 늘렸다. 작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등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되게 많았기에 개인적으로 올해는 욕심을 많이 냈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부담을 많이 가졌던 것 같고.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해 경기력이 잘 안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소대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훈련해서 컨디션 맞춰 왔으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보니 불안감도 그만큼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발동작 하나하나에 너무 신중했던 거 같다. 준비했던 거의 10분의 1도 못하고 나온 거 같아서 속상한 게 많다.

-그동안 이긴 적도 진적도 많을 텐데, 이번 패배는 어떤 느낌이었나.

=작년에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졌을 때는 복수심, 투지 이런 게 있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임해서. 더 잘하고 싶었나 보다. 속상한 게 많다.

-마냥 낙심할 수는 없을 텐데.

=우선 멀리까지 안 보고, 당장 일주일 뒤면 또 로마에서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 그랑프리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는 것. 이번 경기는 그런 느낌이 든다. 최선을 다하고, 정말 간절해도 안 될 때가 있구나. (눈물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함)

=이제 연차 쌓였고 대표팀도 오래했고 진 적도 많아서 솔직히 이제는 경기에서 져도 아쉽다 이러고 말지 울지는 않았다. 근데 얼마 만에 경기 졌다고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다.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최연장자로 대회에 왔고, 제가 모범 보이고 동생들이 잘 따라와 주는 그런 그림을 원했는데, 제가 울고 있으니 동생들이 어떻게 할 줄 몰라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미안하기도 하다.

-남은 시즌 목표는?

=지금은 울었지만 이를 계기 삼아서 앞으로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위에서 말씀하시더라. 너무 잘하기만 해도 안 좋다고. 한번쯤은 이렇게 무너져도 보고, 다시 마음을 잡아가는 것도 필요하니, 이번이 그런 거(한번 무너진 거)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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