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3.30 목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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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꽃피운 태권도인생(10)태권도 봉사 덕에 이룬 성공

이렇게 도장과 가게를 오고가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오스트리아(Austria)에 있는 김복근 사범과 연락이 되어 초청하게 되었다. 토론토 도장은 김 사범에게 운영하게 했다. 그 후로는 토론토와 가게 사이를 오가며 졸음 운전하는 일이 없어졌다.

김복근 사범은 열성을 다해 태권도를 가르쳤지만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약 25년 세월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지만 한국에서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옛정이라는 것이 사람을 이토록 그립게 만든다.

당시 내가 가게와 식당을 낸 지역은 약 2천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동네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옆집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지역 봉사를 할 의향으로 마을회관(community centre)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전에 듣도 보도 못한 운동을 시작한다고 하여 호기심에 등록하였다.

작은 마을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다 보니 소문이 퍼져 금세 지역 유명인사가 되었다. 태권도 사범이라는 나의 유명세는 가게 매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련생이 증가하다 보니 마을회관이 비좁아져 이웃 마을인 버포드(Burford, Paris)에 정식으로 도장을 오픈했다. 이렇듯 나는 어느 곳에서 살든지 한국 문화의 ‘전도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그러던 중 우리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다 중국음식을 메뉴에 추가하면 어떻겠냐는 동네 사람들의 제안을 받았다. 괜찮은 생각이다 싶어 대대적인 내부 수리를 하고 가게 간판을 차이니스 레스토랑으로 걸었다. 도시에서 중국 요리사를 구해왔다. 덕분에 사업은 날로 번창해갔다. 여름철이 되면 중남미 사람들이 담배 농사하는 지역민들에게 고용되어 5~6개월간 밭  일을 하고 귀국할 때면 귀국 쇼핑을 우리 가게에 와서 주로 하였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은행 융자를 워낙 많이 받았기에 수입의 대부분으로 은행 빚 갚기에 여념이 없었다. 거기다가 개인 빚도 있었다. 빚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쓰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은 나중으로 미뤘다. 시간이 가면서 차츰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롤렉스(Rolex) 시계를 그 해 크리스마스에 맞춰 내 것과 아내의 것을 각각 구입했다. 금장 테두리가 있는 멋진 시계였다. 막상 사고 보니 그간 내게 많은 도움을 준 형님이 생각나서 내가 찰 수가 없었다. 포장을 멋지게 해서 롤렉스 시계를 형님 생신 날 선물로 드렸다. 아내도 기뻐하고 형님도 기뻐하니 내 기쁨이 세 배가 더 했다.

사업을 시작한지 2년이 되자 우리 부부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여 종업원들을 더 많이 고용하였다. 또 우리는 가게 건물 뒤쪽에 그림 같은 집을 장만하였다. 우리 부부는 친구들과 새로 이민 와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대접하는 것을 낙(樂)으로 생각했다.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나였다. 아내도 나의 뜻에 따라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였다. 이민 초창기에 눈물겨운 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던 나는 가능한 한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동냥 온 거지나 탁발 나온 스님들에게 항상 쌀을 바가지에 하나 가득 담아 주었다. 그러면 스님은 우리 집이 잘 되라고 기도해 주었고 거지는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항시 베푸는 인심에는 받는 이의 축복과 고마움이 따랐기에 나는 항상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더욱 고마운 것은 아내도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 있는지 잘 따라 주었다. 덕분에 오늘까지도 우리 집에는 손님이 끊이는 날이 없다.

우리 부부는 성공한 이민자 케이스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워낙 우리가 살던 곳이 지역적으로 낙후되어서 사람들이 투자를 기피하던 곳이어서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곧 망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상승일로로 가게 매상이 증가되니 모두가 부러워했다. 돈 좀 벌었다고 거드름을 피거나 차를 좋은 차로 바꾸거나 하지 않았다.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고, 가게 종업원들에게 주인 행세를 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정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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