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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태권도인의 선택, 표심은 어디로...공약 분석잘 차려진 잔칫상? 지킬 수 있는 공약부터 시작해야
허리때 졸라 맬 생각없이 김칫국부터?
  • 양택진 기자
  • 승인 2020.12.1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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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이번 선거에서 공약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가장 앞선 순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인물과 조직력, 인지도, 후보자와 학연, 지연, 스승과 제자 등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관계, 그리고 이해관계가 더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후보자가 내놓은 공약을 구색 맞추기로 치부해야 할까? 

아니다. 공약은 후보자의 경험과 지식이 통찰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구체화된 요체이고, 후보자가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범위를 판단해 유권자에게 내놓는 담보이기 때문이다.  

4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6년 제28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선거 당시 선거인단.

2016년 제28대 KTA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최창신 후보는 공약으로 행정체제 효율성 제고, 각종 위원회 정비 및 운영 합리화, 도장 활성화, 국가대표 선발 및 훈련 체계 정비, 경기장 문화 개선, 심사제도 개선, 유관단체 공조 강화, 홍보 활동 강화 등을 내세웠다.

공약 간 편차는 있겠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의 판단으로 30점을 넘기기 어렵다.

그렇다면 낙선한 이승완 후보의 공약은 어땠을까?

그는 유상운송법 및 도로교통법 개정, 태권도장 교육과정표 제작 및 배포, 한국스포츠개발원과의 협업을 통한 겨루기 경기력 향상 장기 프로젝트, 품새 국가대표 선발전 및 국제대회 출전 개선책 및 지원책, 현장 중심의 사범사관학교 과정 추진, 은퇴선수 일자리 확대 및 지도자 직업안정성 개선, 시도협회 및 연맹체 행정보조비 확대 지급 추진, 탕평인사를 통한 화합과 균형 발전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승완 후보가 당선됐어도 공약 실천의 가능성은 오십보 백보였을 것이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다. 

제29대 KTA 회장 선거에 출마한 네 후보의 공약은 어떨까? 우선 슬로건부터 살펴보자.

기호 1번 최재춘 후보는 ‘강력한 협회, 재건 협회’를 내걸었고, 기호 2번 양진방 후보는 대한민국 태권도 ‘하나의 팀’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기호 3번 김영훈 후보는 ‘신뢰와 존경받는 협회’, 그리고 기호 4번 최영길 후보는 ’봉사와 희생‘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각 후보자가 정한 슬로건의 반대말이 결국 그동안 KTA에 대한 각각의 진단이다.

강력한 협회를 내건 최재춘 후보의 슬로건이 다분히 그의 추진력을 내세우는 캐릭터와 어울린다면 양진방 후보의 하나의 팀 슬로건은 김태환 전 회장부터 최창신 전 회장까지 정체 혹은 퇴보했던 KTA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진단과 대안이다.   

김영훈 후보의 슬로건은 그동안 그가 대의원총회 등에서 쏟아냈던 직설적인 문제 의식의 극복을 담고 있고, 최영길 후보의 슬로건은 재력을 갖춘 태권도 원로의 소망을 담고 있다.

슬로건이 KTA를 진단하는 각자의 통찰과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면 공약은 어떨까?

우선, 각 후보자 공약의 총합은 그 어떤 선거 때보다 백과사전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공약만 보면 그 어떤 KTA 회장선거보다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공약들의 실행 가능성은 어떨까?

후보자 개인들의 입장에서야 다 실천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겠지만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상당수 공약은 코로나19로 한껏 위축된 올해, 그리고 내년도 KTA 예산 등에 대한 현실적 한계가 반영되지 않은 잔치상 공약이 상당수다. 

일부 후보자들은 정부 지원과 대기업 후원 등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 지원과 기업 후원의 한계를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최재춘 후보의 경우 체육 교과서 태권도 추가, 동승자법과 유상운송법 개선에 있어 그만의 강점이 담긴 내용을 수록한 반면 TV 광고와 태권도장 포상제도, 사회공헌 캠페인, 법무행정을 위한 전문 TF팀 구성, KTA 전임심판부 부활 등에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양진방 후보는 코치위원회 설치, 경기장 간소화, 생활체육대회 활성화, 경기와 동등한 비중의 도장 지원 정관 보완, 기구 및 예산 조정, 우수도장 국제화 정책 개발, 도장 관련 대정부 정책 상설 기구 구성, 일선 태권도장 지도사범 고용보험 지원 제도를 통한 직업적 안정성 보장책 마련 등 현실적으로 내부부터 정비해 외부로 확장시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네 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내부 사업 조정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영훈 후보는 도장 담당 실무 부회장 선임이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수익 발생이 포함된 복합 태권도회관 건립과 여성, 장애인 담당 부회장 신설, 공기업 중심 태권도팀 20개 확대, 전문성 평가에 따른 인사시스템 적용 등을 내세웠다. CEO 출신답게 인사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최영길 후보는 첫 번째 공약으로 태권도회관을 내세웠다. 여기에 대회 참가비 경감 및 무료화, 태권도 청원 신문고 설치, 케이블 방송국 추진, 청탁 및 부조리 근절 기구 설립 추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 후보 공히 동승자법과 유상운송법 등에 대한 대책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 사회 환경에 대한 인식과 대안은 다르나 유권자 표심을 의식해 모난 발언은 삼가는 분위기다.

제29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재춘, 양진방, 김영훈, 최영길 후보(왼쪽부터).

이 부분에서 올해 KTA 수입예산과 지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0월 27일 기준 KTA 이사회에 보고된 수입예산을 살펴보면 심사추천비가 25억 2천만 원에서 12억 4천 9만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었고, 교육비가 2억 6천만 원 중 1억 1천만 원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등록비 8억 원 중 3억 5천만 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KTA 수입예산이 전기이월금 11억 원을 포함해 91억 원이었는데 10월 기준 예상금액 80억 원으로 11억 원 정도의 부족분이 발생한다. 사실상 심사비 감소분과 엇비슷하다.

따라서 내년에 코로나19 상황이 전격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직하고, 합리적인 대안없이 잔치상 차리듯 만든 공약은 실천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 지원금의 경우 사업예산이기 때문에 협회 운영 즉, 사무실 운영, 직원 임금, 각종위원회 인건비, 도장지원사업비 등에는 사용될 수 없고, KTA를 거쳐 나가는 돈이다.

통상 포괄적 의미에서 사업예산과 구별되는 협회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30억 남짓이라고 본다면 내년 코로나19 상황이 조기 진화되지 않을 경우 적지않은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신주단지 모시듯 고이 모셔둔 법인화기금을 털어 쓸 수도 있겠지만 일선 도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기금을 헐어내 쓰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장밋빛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내부부터 정비하지 않은 외부 지원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공약은 지킬 수 있는 약속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제29대 KTA 회장 선거, 192명에게 공약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비록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이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유권자는 과연 어느 후보자의 공약을 선택할까?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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