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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KTA 파워 프리미엄 리그
현장서는 호불호 갈리고, SNS서는 긍정적 평가

관람형 태권도의 최종목표는? 유의미한 ‘확인’은 있다
  • 양택진 기자
  • 승인 2020.01.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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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펜싱’으로 통칭되는 앞발 위주의 경기가 아닌 현란한 스텝을 바탕으로 강력한 힘이 실린 나래차기와 돌개차기가 격돌하고, 내려차기와 뒷차기가 불꽃이 튀듯 교차하는 태권도 경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겨루기를 바란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에서 열린 ‘대한태권도협회(KTA) 파워 태권도 프리미엄리그 시연대회(이하 시연대회)’는 그러한 ‘몸부림의 한 단편’의 성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태권도진흥기본계획에 따른 관람형 태권도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KTA가 약 5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마련한 이번 시연대회.

과연 시연대회는 소기의 목적을 거두었을까?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그렇다면 이틀간의 시연대회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KTA 파워 태권도 프리미엄리그 시연대회 장면.

전자동에서 반자동으로, 차등점수에서 파워게이지로

우선, 경기규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번 시연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채택하고 있는 전자동 전자호구 및 경기규칙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기본 전제는 당대의 태권도 겨루기가 전자호구 도입 이후 재미없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겨루기 발전 과정과 전자호구 도입 전후 겨루기 경기의 사실적 형태를 두고 많은 반론과 이견이 제기될 수 있다. 어쨌건 일단 전제는 그렇다.

경기 방식은 반자동 전자호구를 사용한 파워게이지 차감 방식이다. 7이상의 강도를 기준으로 부심에게 진동이 전해지고, 부심이 정확한 발차기를 판정해 버튼을 누르면 상대 파워게이지는 그만큼이 차감된다.

파워게이지는 100으로 시작하며, 3판 2선승제로 승자가 가려지게 된다. 회전공격시에는 유효강도에 20이 추가로 차감되며, 카운터가 선언될 경우 30이 추가로 차감된다. 고의적인 반칙과 경기 지연행위 등에 의한 페널티가 선언될 경우 해당선수는 10초 동안 파워게이지가 2배로 차감되고, 상대선수의 파워게이지를 먼저 소진시킨 선수가 승자가 된다. 간단하게 이렇다.

현장 반응은 호불호, SNS 편집 영상 반응은 긍정

시연대회는 남자 65kg급부터 75kg급까지, 75kg급부터 85kg급까지를 기준으로 이틀에 걸쳐 한 체급씩 치러졌다. 8강전을 시작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경기 시작 전, 시연대회에 도입된 경기규칙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어 경기가 시작되자 한동안 장내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득점의 직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자체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앞발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공격 일변도의 경기운영으로 박진감 있는 경기가 펼쳐졌지만 득점에 대한 직관성과 파워게이지의 차감에서 직관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페널티 10초룰은 판단이 어려웠다. 쇼케이스 형식의 경기인지라 가능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페널티에 대한 비디오판독 등을 감안한다면 현실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장치였다.

현장에서는 앞발을 배제하고 큰 기합과 함께 화려한 공격이 격돌하는 장면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득점의 직관성과 실제 경기에서의 변수들을 고려할 때의 부정적 요소들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나 SNS에 편집된 스케치 영상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주로 과거 오락실에서 경험해 본 게임 ‘철권’과 같은 느낌이 강했고, 더불어 질질 끄는 경기가 아닌 박진감 있는 장면들이 편집된 상태로 공개되어 보는 이들의 긍정적 평가를 끌어냈다.

KTA 파워 태권도 프리미엄리그 시연대회 장면.

앞발 사용 강제 제한과 페널티에 대한 강제 합의가 없다면?

이번 시연대회의 경우 남자 2체급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사전에 합숙훈련을 통해 쇼케이스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쉽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기존 앞발 사용의 배제였다. 전자동 반자호구와 부심들의 정확한 발차기가 일치될 경우 득점이 인정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앞발이 기준 강도 이상을 만족한다 하더라도 득점으로 인정될 수 없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앞발, 특히 발바닥 득점 여부를 떠나 실제 경기에서 다양하게 사용하는 앞발을 강제적으로 배제하면서 실제 경기에서도 이를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뒤따랐다.

즉, 시연대회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숙기간 중 앞발 사용의 제한을 강제적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페널티에 대한 합의다. 주심이 경기규칙에 따라 선수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지만 오심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경기에서는 비디오판독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쇼케이스이기 때문에 비디오판독 제도를 없앴을 뿐 실제 승패가 치열하게 갈리는 경기에서 주심이 페널티 10초룰을 선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관람형 태권도의 최종목표는 윈-윈인가? 동상이몽인가?

KTA는 자체적으로 재미있는 태권도, 재미있는 겨루기를 준비해 왔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결실은 문체부의 예산 지원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KTA는 이번 시연대회의 최종 목표와 관련해 “종주국 협회로서 WT 겨루기 경기규칙의 변화를 이끌어내 기존의 재미없는 태권도에서 재미있는 태권도로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당연한 말이다. 더욱 재미있는 겨루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물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의와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에 대한 다양한 변수와 과정, 그리고 그 최종 결과물에 대한 지향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혹은 동상이몽이라고 표현할 만한 최종 목표를 제시하는 측도 있었다.

이번 시연대회 경기운영을 맡은 업체의 대표는 KTA의 입장과 사뭇 다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이번 시연대회 최종목표는 WT의 경기규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과도 상관없고, IOC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 IOC 때문에 터치 방식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시연대회의 최종 목표는 별도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나 다른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져 인기를 얻는 것처럼 태권도 겨루기의 새로운 리그를 창설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겨루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그대로 하고, 새로운 리그에서 겨루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참여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시연대회 경기운영 프로그램 입찰에서 선정된 업체의 경우 이번 쇼케이스 준비 초반부터 직간접적으로 관여가 되어 있었고, 경기운영 프로그램 입찰이 개발입찰임에도 불구하고 긴급입찰로 8일 만에 치러지는 과정에서 타 업체들에 비해 사전에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발언이다.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 KTA는 문체부와 함께 WT의 경기규칙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달성하면 되고, 각 업체 및 참여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추구하면 된다. 그래서 겨루기가 더욱 재밌어 질 수 있다면 모두 윈-윈 할 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치러진 이번 시연대회, 혹은 관람형 태권도가 각자의 동상이몽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창신 KTA 회장이 시연대회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유의미한 ‘확인’은 있었다

문체부로부터 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행사이지만 쇼케이스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거나 억지스러운 부대행사로 인해 집중도가 떨어진 점, 프로필 영상과 장내 화면 그래픽의 완성도가 떨어진 점은 아쉽지만 어찌되었건 첫 시연대회인 점을 감안한다면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시연대회가 여러 장치에서 묵시적 혹은 강제적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기존의 겨루기 경기보다 힘과 박진감이 보강되고, 다양한 기술이 보다 빈번하게 구사되어 멋진 장면들이 나왔다는 점에서 태권도인들과 일반 관중들의 눈을 ‘길게’ 붙잡아 둘 수 있는 겨루기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강조할 만하다.

이번 시연대회 첫날이 마감된 후 KTA는 자체적으로 자문회의를 열었고, 자문회의에서는 ‘경기규칙의 단순화, 부심의 역할, 파워게이지 차감 지연, 파워게이지 총량의 상향 조정 등의 다양한 보완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반자동 전자호구의 핵심 기술인 강도 측정의 정확성과 신뢰성 역시 제고해야 한다.

이번 시연대회는 아직 열려 있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시연대회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냉철하게 점검해 보완해야 할 것이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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