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임을 자임한다.

지난 1972년 대한태권도협회(KTA) 중앙도장으로 개관, 이듬해 국기원으로 개명했다. 1980년 KTA로부터 승단(품) 단증 발급업무를 이관 받은 후 1988년부터는 해외 단증 발급업무도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인수받아 시행하고 있다.

2007년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0년 5월 26일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었다.

2018년 기준 국기원 예산은 300억 원이 넘는다. 해외 심사비가 더 큰 비중으로 역전한 심사비는 약 120억 원을 상회하고 있고, 정부보조금이 140여 억 원에 이르는 단체로 성장했다.

국기원 법인을 대표하지만 바지 이사장이 되어버린 홍성천 이사장(오른쪽)과 각종 의혹으로 리더십을 상실한 오현득 원장.

그러나, 태권도인들의 마음의 고향, 국기원은 지금 태권도 기득권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했다. 세계태권도본부라는 명성은 고사하고, 대표성 역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고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태권도 통치 시대 공과를 차치하고서라도, 2010년 특수법인 전환 후 국기원은 임직원을 막론하고 기득권 쟁탈을 두고 끊이지 않는 갈등과 복마전의 시기를 겪어 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태권도인들도 국기원에 염증을 내고 있다. 노조가 집행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권위와 대표성을 상실한 이사장과 원장, 그리고 책임을 방기한 이사회는 그저 한 자리 차지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있고, 대표성이 결여된 그들에게 국기원의 국제화는 선언적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국기원이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대표성의 정당성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임을 자임한다면 국기원 의사결정의 과정과 집행 기구의 구성 및 기능,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이사장과 원장의 상징성이 그에 걸맞아야 한다.

그러나 2010년 특수법인 전환 후 국기원은 세계태권도인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은 영어의 몸인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경호대장 출신으로, 낙하산을 타고 국기원에 이사로 입성한 오현득 현 원장의 출현과 비슷한 시기로부터 비롯된 일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기생한 태권도인들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

김주훈 이사장, 홍문종 이사장, 홍성천 이사장, 강원식 원장, 이규형 원장, 정만순 원장, 그리고 현 오현득 원장에 이르기까지 국기원은 지탄의 대상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국기원의 이사장으로서, 원장으로서 그 권위와 상징성을 태권도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김주훈 이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역시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자신의 IOC 위원 선출의 징검다리 정도로 태권도를 생각했던 홍문종 전 이사장은 WT를 기웃거리다 결국 국기원에 자리를 잡았지만 망신만 당하고 떠나고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낙점 3인 중 한 사람으로 사실상 바지 이사장이 되어버린 홍성천 이사장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말았다.

특수법인 초대 원장으로 국기원 이전투구의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연임 포기와 함께 실패해버린 강원식 원장과 쌍욕사태의 희생자로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고 중도 사퇴해버린 이규형 원장, 임기 동안 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떠난 정만순 원장, 그리고 지금 각종 의혹과 도의적 책임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린 오현득 원장까지 그 누구도 국기원을 대표하지 못했다.

개인의 경력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사람도 선출과정이 정당했거나 박수를 받으며 선임된 인물이 없기 때문에 늘 내외부의 기득권 쟁탈과 갈등, 그리고 복마전에 시달려야 했다.

현재의 국기원 의결과 집행을 한 번에 도맡아 하는 이사회도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위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사조직처럼 운영되었고, 그나마 이사들 역시 태권도 내부와 외부를 대표하는 인물보다는 기득권을 나누거나 유지하기 위해 야합을 통해 선임되었다.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국기원 오현득 원장은 수년간의 의혹과 도덕적 책임으로 인해 그 리더십을 이미 상실한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그 어떤 개혁의 의지나 움직임도 없다.

조직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썩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물론 같은 적폐세력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한 몸이었던 오현득 원장을 공격하고 있는 일부 브로커 집단과의 편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이제 더 이상 국기원의 개혁과 정상화를 국기원 내부의 손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범태권도계의 중론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국기원 이사회 난동 장면.

세계태권도연맹(WT), 태권도진흥재단, 대한태권도협회(KTA) 역시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할 것이 아니라 태권도계의 소중한 상징이자 자산인 국기원의 개혁과 정상화에 주도 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홍성천 이사장과 오현득 원장, 그리고 이사들 역시 이제 사리사욕을 내려놓고 국기원 개혁과 정상화의 과정에서 내부 추동의 소임을 다하고 용퇴하는 것이 옳다.

단증 판 돈과 정부 지원금으로 기득권 이전투구에만 지난 8년의 시간을 낭비한 국기원.

지금 ‘공멸이냐? 개혁이냐?’의 중대로 기로에 서 있다.

②편에서 계속...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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