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고등부 –54kg급 대진번호 49번 인천체육고등학교 이민영 청, 한성고등학교 서정민 홍 3코트 출전대기!”
태권도 경기장에 가면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코트배정 장내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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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부모가 내려와 코트배정 장내방송 중단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지난 4일, ‘제53회 대통령기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겸 2019년도 국가대표선수선발예선대회’가 열린 충주실내체육관.
넷째 날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학부모가 박종명 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본부장, 김경일 경기위원회 위원장, 유수철 질서위원회 위원장을 찾아와 불만을 토로했다.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해 까칠하게 느껴질 정도.
해당 학부모는 “코트배정 장내 방송을 하지 않으니까 불편하다. 어제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장내 방송을 했다. 갑자기 장내 방송을 하지 않으니까 누가 어느 코트로 가는지 모르겠다. 왜 중단된 것이냐?”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유수철 질서위원회 위원장은 “코트배정 장내 방송 때문에 더 큰 민원이 들어왔다”며 학부모를 다그쳤고, 김경일 경기위원회 위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박종명 경기본부장은 “소음 때문에 장내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학부모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의 주장처럼 당일 이른 오전까지만 해도 코트배정 장내 방송은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장내 방송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명 본부장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경기장 문화를 개선해보려고 한다. 하루에 300경기 이상이 치러지는데 코트배정 장내 방송도 300번 이상 해야 한다. 소음이다. 경기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나 혼자 일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각 위원회 위원장들과 협의하고 방송을 중단했다. A가 80점이고, B가 85점이면 B로 하는 게 맞다. 만약 선수, 지도자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다시 바꿀 수 도 있다”고 전했다.
일리 있다. 경기장 문화를 개선해보려는 시도다. 만약 골든라운드에서 장내 방송이 나오는 순간 지도자의 작전지시가 전달되지 않으면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실내체육관 담당 관리자로부터 제지를 받았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미 정착된 코트배정 장내 방송이 각 위원회 위원장들에 의해 중단된 건 다분히 일방적인 추진이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학부모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 의견 수렴도 없었고, 공감대를 얻지 못한 당연한 결과다.
또한 실내경기장이기 때문에 소음을 두고 외부 혹은 일반 시민들의 민원은 없었을 확률이 높다. ‘소음’은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뜻하는데, 그렇다면 누가 코트배정 장내 방송을 ‘소음’이라 느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장의 주인은 선수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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