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제자(弟子)된 자들은 인간의 '道理'行함을 우선적으로 힘쓰되, 그러고 남는 힘이 있을 땐 학문(學文)을 하라.”고 孔子는 권고했다. (자왈 행유여력직이학문 : 子曰行有餘力則以學文)
유학(儒學)의 핵심은 행(行)에 있다. 현실 속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현실에서의 '正道'를 行(실천)하는 것이다.
400여 년 전 名賢 율곡(栗谷)역시 '학문'을 하는 것은 나날이 쓰는 '행사'의 사이에 있는 것이고,'독서'라는 것은 이러한 '도리'를 밝히고자 하는데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위학재어일용행사지간독서자욕명차리이이 : 爲學在於日用行事之間讀書者欲明此理而已)
이러한 학문들이 나 자신을 위한 순수학문(爲己之學)이요, 수신(修身)의 근본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것은 옛 성현들이 추구한 참 학문의 목적이며, 실재였던 것이다.
'行'이라는 것은 나타나는 현상 들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몸을 통해 손으로, 입으로, 눈으로 다양한 모습들로 작용되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를 운신하는 것이 무엇이 그다지 중 차대 한 일이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눈빛 하나가, 손끝하나가, 하찮은 동작 하나가, 말씨 하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가공할 만하다 하겠다.
사회란 관계의 산물이며 또한, 관계의 연속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 우리들의 잘못된 동작과 행동들은 이 사회의 크나큰 불행과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음을 우리들은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들어도, 보기도 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구성원이기에 윤리와 도덕과 원칙과 질서를 무차별 파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각자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나를 자제시키는 것은 자율성과 타율성이 있다. 하지만 자율적이건 타율적이건 함께 그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 보려는 목적의식은 같을 것이다. 우리가 가치를 추구하고,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율곡 선생께서는 제자들에게 동양고전 '小學'에 인용된 구용 (九容 : 아홉 가지 모습)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해서 자율적으로 일신(一身)을 관리(管理) 할 것을 주문해 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九容이란 것은 발의 모양은 무겁게, 손의 모양은 공손하게, 눈의 모양은 곧게, 기운의 모양은 엄숙하게, 서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얼굴 모양은 장엄하게 (구용자 족용중 수용공 목용단 구용지 성용정 두용직 기용숙 입용덕 색용장 : 九容者 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靜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육체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자율적으로 통제, 관리하는 대내 대 자적(對內對自的) 개인 행동예절(行動禮節)의 표본인 것이다. 이렇듯 선현들의 철저한 예절에 근거한 학문의 본질을 추구하는 순백(純白)의 정신을 보면서, 아연 21세기의 학문은 지식 지상 주의적 학문이요, 선후본말(先後本末)이 도치된 지엽적 교육일색임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봉곤 전문위원(몽양당 청학동 예절학교 훈장)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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