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시범단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일명 ‘송판 칼질’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보름간 KBS SKY와 함께 유럽 순회 시범을 다녀온 A단원은 지난 5일 “시범을 하기 전에 숙소에서 송판을 칼로 긁었다”며 “실력이 있어 선발된 단원들이 칼질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심한 자괴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춘우 단장이 위력격파 때 사용했던 송판도 칼질을 했다”고 토로했다.

<본지>는 A 단원의 고백이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4명의 단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에 대해 B 여자 단원은 “송판은 남자 단원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송판에 칼질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송판에 칼질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만약 송판에 칼질을 했다면 국기원 시범단이 아니라 동네 시범단”이라고 말했다.

C 단원과 D 단원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E 단원은 송판에 칼질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가 나중에는 “했겠지, 뭐…”라며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이에 대해 이춘우 단장은 지난 5일 “과거 기술 격파를 할 때, 송판에 칼질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며 송판 칼집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A 단원도 이 단장의 지시가 아닌 97, 98학번 등 시범단 고참들의 주도로 숙소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졌다고 고백해 ‘송판 칼집’ 관행은 이 단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인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남승현 감독은 지난 7일 “하루 아침에 송판에 칼집을 내는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송판 칼집’을 엄금했던 자신의 당부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심한 낭패감을 나타냈다.

남 감독은 위력 격파가 아닌 기술 격파 때 사용하는 송판은 시범 상황에 따라 칼질을 해도 무방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기술 격파를 할 때는 얇은 송판을 사용한다. 송판에 칼집을 내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송판에 칼질을 하는 관행은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문이 충격을 주는 것은 지난 1월 시범단 개편에 따라 이춘우 단장-남승현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서 내세웠던 ‘시범의 정통성 확립’과 ‘기본에 충실한 시범단’이 무색해졌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송판에 칼질을 하고 관중들의 눈을 속이는 변칙 시범이 과연 기본에 충실하고 시범의 정통성을 세우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파문의 옳고 그름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단장과 남 감독이 시범단의 불합리한 관행을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 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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