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2.16 월 16:2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소리얼뉴스
선의 혹은 양보로 포장된 그것, ‘승부조작’
그들은 그것을 좋은 뜻에서 행한 일이라고, 양보라고, 더 중한 것을 위한 행위라고 말한다. 간혹 선의와 억지 명분으로 포장되는 그것은 대중의 눈과 법의 잣대에 승부조작으로 비친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인천시개인선수권대회 남자 고등부 8강전 경기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이기고 있던 선수 측 지도자가 3회전 흰 수건을 코트 위로 던진 것이다. 보통은 승리할 가능성이 없거나, 선수가 심하게 다쳤을 때 지도자가 내리는 조치였다. 주변에서 모두 의아해했고 승리는 상대 선수에게 돌아갔다.

인천시 소재 학교 선수들만 출전하는 이 대회는 전국규모도 아니고,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대표 급 선수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고, 신예들 위주로 펼쳐진다.

당시 상황과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토대로 알아보니 사연은 이랬다. 경기를 포기한 A고교 코치와 상대방 B고교 코치는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친우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B 고교 선수를 위해(학비 면제, 동기 부여 등) 두 코치가 협의해 이길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스승이 제자를 생각해서 부정까지 마다치 않은 감동적인 미담일까? 그렇지 않다. 그냥 승부조작이다. 평생 짐으로 남을 이 부당한 승리를 B 고교 선수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기를 포기한 A 고교 선수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한 현명한 지도자는 “선수에게 비중 낮은 대회는 없다. 특히 청소년 선수에게는 모든 대회, 매 경기가 국가대표선발전이고 올림픽이다. 여기에 개입하는 것은 지도자의 독단”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는 규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승부에 개입하는 외부적인 요소는 예외 없이 모두 승부조작으로 판단한다.

정부는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승부조작에 대한 징계를 몇 해 전부터 대폭 강화했다. 현재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자는 최대 제명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선수생활을 거친 지도자에게 이 징계는 사형선고와 같다.

이번 사건도 이런 정부 방침이 그대로 적용됐다. 인천시태권도협회는 두 코치에게 모두 제명 처분을 내렸고,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기소 했다.

부정행위는 저마다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대학을 가야 하니까, 이번 한번만’ 등 다양하다. 이런 가당치 않은 이유로 작은 약속을 하나씩 어겨가다 결국 죄책감 없이 승부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모든 병폐가 작은 융통성(?)으로 시작되듯 말이다.

태권도신문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권도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