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수원 숙지고)은 지난 12일 끝난 대한태권도협회장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남고부 헤비급 준결승 경기에서 상대를 7대 0으로 제압하며 2회전 RSC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중 펄펄 날던 그가 경기가 끝나자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발목부상과 발등 골절로 판명됐다. 큰 부상에도 결승전에는 출전했지만 안타깝게도 1회전에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나마도 인내력이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태권도 선수로의 꿈을 키우던 고색초등학교 6학년 개구쟁이 시절 꿈나무가 나뭇가지에 눈을 찔리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그로 인해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됐다. 6학년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주변의 도움과 스스로의 의지로 이 개구쟁이 선수는 다시 일어섰다. 바로 박현준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박현준은 오른쪽 눈 시력이 없기 때문에 왼쪽으로 돌아서는 폼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강한 체력과 의지로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숙지고 태권도부에서 3년 간 박현준을 지도해온 이무현 코치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다른 강점을 가진 선수입니다. 성격도 너무 활달해서 교우관계도 원만합니다” 하고 제자를 칭찬했다.

6년 전 사고 당시에도 박현준은 태권도를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수생활을 고집했다. 그러나 수원 구운중에 진학했지만 대회 성적이 저조했고 2학년 때에는 사고로 잃은 한쪽 눈이 자신이 태권도 선수로의 길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박현준의 고민을 알게 된 어린 시절의 옛 스승이 제자에게 자신감을 주고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현준을 선수로 양성한 사람은 수원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창일(42) 관장이다. 승부욕이 강하고 체력이 좋아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체육관에서 박현준을 겨루기 선수로 양성했었다. 사고 당시 태권도를 그만두라는 부모를 설득한 것도 바로 고 관장이었다. 자신을 발굴했던 스승에 대해 박현준도 “어려운 고비마다 늘 고창일 관장님이 옆에 있었고 큰 힘이 돼 주셨습니다” 라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박현준의 꿈은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국가대표선수다. 어린 시절에도 국가대표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박현준에게 이제 장애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는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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