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2.11 수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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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전자호구 무용론, 왜 자꾸 언급?
A : 공격을 당해 헤드기어가 날아갔는데, 점수가 안 뜨면 어쩌죠?
B : 허허. 그런 경우가 많은가요? 현재 규정으로는...

신병주 기자


태권도 겨루기 경기 규칙에 대한 질문과 답변인데, A와 B는 어떤 사람들일까?

A는 대한체육회가 인증한 태권도상임심판이고 B는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장이다. 태권도 경기에 관해서는 최고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나눈 이유가 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대한체육회 태권도 상임심판 교육이 열렸다. 첫날 마지막 강연자 정국현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장은 준비한 ‘바른 심판의 역할과 기능’ 강의를 간략하게 마친 뒤 심판들의 요청으로 올해 개정된 새 국제경기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판독과 관련해서는 머리 공격에 대한 모든 판독 요청을 받지 않고 전자헤드기어에만 의존토록 바뀐 규정을 언급했다. 센서가 없는 얼굴 전면 타격 시비에는 판독 요청을 받아들이는 올해까지 규정과 달라진 부분이다.

대신 심판이 계수할 경우 점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포함됐다. 계수는 선수가 위험하다고 판단 될 때 즉, 공격당한 선수가 쓰러져 있거나 서 있어도 공격의사 없이 비틀거릴 때 주심이 숫자를 세는 행위를 말한다.

설명을 듣던 심판 중 한명이 특정 상황에 대해 물었다. 공격을 당해 헤드기어가 돌아가거나 아예 벗겨져 하늘로 치솟아도 점수 인식을 못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보호 장비가 이탈될 만큼의 공격인데 인식이 안된다니, ‘뭐 이런 황당한 질문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경기규칙이 이런 상황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탓이다.

평소에는 미세한 충격에도 반응하는 전자헤드기어가 선수 머리에서 벗겨질 만큼 강한 발차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니 웃기는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을 예상해 경기규칙에 포함시키기도 난처하다. 국내외 경기에 많이 참여한 선수나 심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 부분만큼은 WTF 공인 업체 두 개 사 제품 모두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호구지책으로 헤드기어가 대이동하거나 머리에서 벗겨져 나갔을 때 주심이 부심과 협의해 타격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이 발생하니 어쩔 수 없이 지침을 만들었다.

2009년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공식적으로 전자호구를 적용했다. 개발 기간을 빼더라도 이미 만 8년 동안 사용한 셈이다.

당시에 많은 이들이 전자호구가 도입되면서 기계가 하는 정확하고 공정한 득점으로 겨루기 경기가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초기 부족한 부분이 발견됐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전자호구와 헤드기어의 기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한없이 뒤떨어져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요즘 시대에 유독 태권도 전자호구만 거북이걸음이다.

헤드기어가 날아갈 정도의 공격에도 인식하지 못하는 이 말도 안 되는 날림 전자호구.

이 엉터리 기계 때문에 태권도경기단체는 만들지 않아도 될 규정을 만들고, 듣지 않아도 될 비난을 듣고,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하고, 감추지 않아도 될 많은 것들을 감추고 있다.

<신병주 기자>

태권도신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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