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와 ITF가 화합의 의미를 담아 한 무대에서 시범 공연을 펼쳤다. WTF 창설 이래 42년 동안 장벽으로 막혀있던 두 기구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 시범을 마친 후 양 기구 시범단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의미있는 공연은 12일(현지시각)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 주최 ‘2015 첼랴빈스크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이뤄졌다. 개막식에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총재 장웅, ITF) 임원과 북한 태권도 시범 단원을 포함해 총 22명이 참가했다.

ITF 시범단이 먼저 무대에 올랐다. 북한 단원 13명(남자 10, 여자 3)과 체코 2명, 러시아 2명 등 17명으로 구성된 시범단(단장 배능만)이 ITF의 기본동작과 틀(품새), 호신술, 기술 및 위력 격파 등의 시범을 20분간 펼쳐보였다.

7천명의 관중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ITF 시범은 절도 넘치는 동작과 기압으로 적막을 깨며 시작됐다. 괴한이 남녀 커플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태권도 유단자가 제압하는 호신술은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어 ITF를 상징하는 힘을 보여주는 위력격파로 대미를 장식했다.

▲ 각목으로 몸을 내리치는 고난도 시범을 펼쳐보이는 ITF 시범단.

곧바로 이어진 WTF 시범 공연은 ITF와 달랐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스토리를 곁들여 역동적으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한국 단원뿐만 아니라 러시아, 터키 등으로 합동으로 구성한 것이 특별했다. 또 러시아 전통 음악과 국기를 활용한 시범이 개막식을 찾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에는 러시아 어린이 시범단원과 WTF-ITF 시범단원이 함께 구령에 맞춰 합동 시범을 펼쳐 태권도는 하나라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시범에 앞서 오후 3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양 단체 임원이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ITF에서는 황호용 수석부총재, 김승환 사무총장, 조지 비탈리 대변인 등이 WTF에서는 하스 라파티 신임 사무총장, 한국본부 양진방 사무국장, 스위스본부 로제 피아룰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기대를 모았던 장웅 ITF 총재는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ITF 기술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황호용(9단) 수석부총재는 “WTF와 ITF 두 태권도가 수련과 경기 방식 등 다르지만, 어찌 보면 같은 점도 많다. 태권도는 조선의 무술이고 ‘태권도’라는 단어도 우리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에 대해 그는 “다른 길을 걸어온 양 단체의 통합을 위한 두 명의 총재가 10년 넘게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다. 향후 협력의 기초가 될 것이다. 이번 시범단 공연은 태권도가 신뢰하는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원 총재는 “지난해 ITF와 합의된 내용이 실행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태권도가 진정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교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점차 확대 될 것이다. WTF와 ITF의 뜻은 세계(W-I) 태권도(T) 패밀리(F)의 뜻을 의미한다. 더불어 IOC 정신에 평화에 기여하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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