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는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태권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올림픽 정식종목인 겨루기만을 생각한다. 그동안 겨루기만 부각됐을 뿐 격파와 시범 등은 국민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태권도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 28일 장충체육관에서 ‘2009 정관장배 대한태권도협회(KTA) 태권도 격파왕 대회를 개최했다. 위력부문과 기술부문으로 나눠 치러진 이번 대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격파왕 대회는 일선도장 수련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면 격파왕 대회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가 느낀 점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보여줘야 할 무도인의 자세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선수는 자신의 순서에 따라 입장한다. 그때까지는 긴장해서인지 무도인으로서의 흐트러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는 동작을 선보이고 난 뒤 성패 여부에 따라 선수의 표정이 확연히 달랐다. 실패한 뒤 선수들의 실소는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오른 태권전사가 해야 할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리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퇴장하는 순간까지 위풍당당한 태권도인의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출전한 선수들에게 사전에 교육을 충분히 시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열겠다는 열정만 앞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들은 태권도 격파왕 대회 본선에 오를 정도면 대단한 경지에 이른 무도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격파왕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웃 일선도장 지도자들과는 또 다르다.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대회장을 찾은 이근환(64)씨는 “태권도 격파왕 대회를 한다기에 찾아 왔는데 모두가 젊은 청년들뿐이네요. 나는 중년의 사람들이 도복을 입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수를 뽑는 것만 생각했거든요. 생각보다 재미도 없고, 위엄을 느낄 수 없어요.”라고말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장 질서도 문제다. 기자석도 부족했고, 대부분의 임원들을 비롯한 태권도인들이 관중석이나 마련된 자리가 아닌 경기장내 주변을 서성거려 경기장이 매우 혼잡해보였다. 굳이 이번 격파왕 대회뿐만 아니라 모든 태권도 대회가 그렇다. 임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마련된 자리에 앉아 질서를 유지하면 충분히 경기도 관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의 질서도 한결 좋아질 텐데…. 앞으로 KTA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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