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태권도공원이 조성되면 연간 3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고, 연간 경제 부가가치 효과만 1천억 원에 달할까?’

전북 무주에 들어서는 (가칭)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연간 몇 명이 태권도공원을 방문할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태권도공원 방문객 추정=문화관광부는 2000년 태권도공원 조성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연간 외국인 방문객을 150만 명으로 추정했다.

<전북일보>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2013년에 태권도공원이 완공되면 국내외 방문 관광객만 242만 6천 명에 이르고, 태권도 지도자연수와 각종 태권도 대회 참가자 등을 포함하면 308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들 방문객이 전북에서 3만 원 정도를 사용할 경우, 태권도공원의 직접적인 부가가치 효과는 1천억 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문화관광부 태권도공원조성추진준비단에서 주최한 ‘태권도공원 조성방향에 대한 세미나’에서도 태권도공원 방문객을 예측하는 내용이 발표됐다.

이날 김현 한국관광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태권도공원의 수요 대상을 태권도인과 일반 방문객으로 분류하고, 태권도공원의 개념에 적절한 수요 추정을 위해 국내외 태권도인과 국내 일반인,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태권도공원 1차 개장 연도인 2011년의 예측 수요를 연간 283만 명으로 추산했다.

김 연구원은 태권도공원 수요 추정 대상 및 적용에 대해 “일반 방문객의 수요는 태권도공원의 마케팅, 운영에 따라 증감될 수 있어 보수적인 입장에서 방문객 수요를 측정했다”며 “(앞으로) 여가 기회의 확대로 인해 태권도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해 태권도인은 1%의 감소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태권도공원 방문객 추정의 맹점=앞에서 거론했듯이 김현 연구원은 설문조사와 개별면접조사를 통해 △태권도공원 부대시설인 체육관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 참가하는 인원=25만명 △태권도지도자연수 인원=28만명 △승단심사=11만명 △국내 일반관광객=187만명 △외국 일반관광객=33만명 등 태권도공원 연간 방문객을 284만 명으로 추정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9,40억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의 이 조사는 태권도계의 실정과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많은 부분에서 정확성에 결여돼 있다. 

그의 조사 논리대로라면 각종 태권도 대회와 승품단 심사, 지도자 연수는 모두 태권도공원에서 열려야 한다. 국내 태권도장의 개수를 2011년에 2만 여개로 추정해 방문객을 추정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2006년 3월 현재,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도장은 8천 개가 조금 넘기 때문이다. 또 태권도공원을 찾는 일반 방문객의 수요를 기존의 테마공원의 방문객 수를 그대로 적용한 것도 방문객의 수요 측정의 허황되게 부풀리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태권도공원의 방문객 수를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명확한 태권도 인구에 있다. 전 세계 태권도 인구를 논할 때, 흔히 179개국에서 6천만 명이 태권도를 수련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근거는 그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도 총재도 WTF 가입국이 179개국인 것은 인정하면서 태권도 인구가 6천만 명이라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린다. 설사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6천만 명이라고 해도, 이들의 절반이 태권도공원을 방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세계 태권도 인구와 국내 태권도 현황만을 가지고 태권도공원 방문객을 추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나영일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00년 한 세미나에서 “태권도 인구의 추상적인 수치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태권도 동호인들이 과연 얼마나 태권도공원을 방문할 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태권도 수련 인구의 95%가 어린이들인데, 태권도공원이 이들에게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방문객 예상 수치와 경제 효과 등이 너무 희망적인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 태권도공원 방문객 300만 명 가능한가=태권도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유사 공원과 관광지의 입장객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2001년 테마파크 입장객 수에 따르면, 에버랜드가 79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롯데월드가 743만 명, 대구 우방랜드가 309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1993년 개장한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001년 85만 명, 2004년에는 77만 명이 찾았다. 독립기념관과 강원랜드는 2004년도에 각각 90만 명과 178만 명이 입장했고, 한국민속촌은 연간 180만 명, 불국사-석굴암은 연간 200만 명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를 감안하면, 300만 명이 태권도공원을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이 불가능해 보인다. 전북의 인구가 210만 명을 감안하면 이보다 90만 명이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공원을 찾아야 하는데, 어떤 선호도와 구매력으로 태권도인과 일반인들을 끌어들일지 의문이다. 설사 태권도공원 개장 초기에 300만 명을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독립기념관과 엑스포공원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객이 급감할 것이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권도공원을 국내가 아닌 해외 관광객들을 염두에 두고 조성하는 것인데, 과연 해외 태권도인과 일반 외국인들이 얼마나 태권도공원을 찾을 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가로 젖고 있다.

실제로 20005년 현재 외국인 관광객은 6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몇 %가 전북 무주에 있는 태권도공원에 올지 미지수다.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으로 태권도 인구가 2000만 명 늘어났다거나 태권도 용품 시장이 연간 12조 원에 이른다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추측도 태권도공원의 방문객을 잘못 추정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성낙준 호서대 교수는 외국인 방문객을 허황되게 추정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외국 방문객의 유치만으로는 태권도공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며 결국 태권도공원은 국내 태권도인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태권도계의 정서와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권도공원이 조성될 경우, 태권도인들도 태권도공원을 외면할 것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일선 도장의 태권도 수련생과 지도자, 태권도 전공 학생 및 선수 등을 모두 합친다고 해도 태권도공원을 방문하는 인원은 연간 10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태권도공원에 매력을 상실한 국내 태권도인마저 태권도공원을 외면한다면 태권도공원은 독립기념관보다 더 심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하루 숙박을 하거나 장기 체류가 아닌 ‘그냥 스쳐가는’ 순수 단일 방문객(true same-day vistor)이 많을 경우, 경제 효과나 부가가치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봉 경원대 교수는 태권도공원 조성이 문화 관광상품 창출로 국가경쟁력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관련 산업을 동시에 성장하게 한다는 기대효과로 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환상을 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성원 기자  kekisa@naver.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kekis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