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신문은 태권도진흥재단의 협조로 지난 656호까지 해외에서 활약 중인 8명의 한국인사범 수기를 연재해왔습니다. 이번 657호부터는 지난해 태권도진흥재단이 실시한 ‘외국인사범수기 공모’에서 수상한 작품을 골라 소개해드립니다.
또 앞으로는 해외한국인사범 수기와 외국인사범 수기를 한 편씩 교대로 소개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인 사범 수기는 신문지상에는 한글번역본을, 인터넷판에는 한글본과 영문 원본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나는 태권도를 통해 큰 사범을 만났다. 그 분의 삶은 내의 삶의 귀감이 되었다. 그 분은 내게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또한 태권도를 통해 나는 상처로 멍든 내 삶을 치유할 수 있는 법을 발견했다.

내 이름은 토마스 유진 페리(Thomas Eugene Perry)다. 아버지 사무엘(Samuel)과 어머니 죠지아(Georgia) 사이에서 일곱 남매 중 두 번째로 태어났다. 우리 가족은 일리노이주로 이사 가기 전에 테네시주와 미쉬간주에서 살았다.

먼저 우리는 일리노이주 록포드(Rockfor)라는 곳에 정착해 살았었다. 록포드는 그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서 시카고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20대 초가 될 때까지 록포드에서 살았으며, 어머니는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계신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아버지는 항상 양복을 완벽하게 차려 입었다. 그리고 한 번 집을 나서면 며칠 씩 안 들어오는 일이 자주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학대의 피해자였다. 두 사람이 싸우지 않을 때에도 다른 어른들로 인해 우리 집은 폭력이 난무했다. 부엌칼, 뜨거운 음식이 담긴 냄비, 유리잔 등이 우리 집안에서 춤추던 무기였다.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내가 겨우 다섯 살 때다.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나는 구석에 숨어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 다른 형제자매들은 집에 없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막 때릴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라고 어머니가 외쳤다.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총이 나타났다. 내가 총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총을 서로 뺐으려고 마루에서 레슬링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 어머니가 총을 쏴서 아버지를 죽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들 중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옆집으로 뛰어가 경찰을 불렀다. 나는 아버지의 몸을 덮고 있는 하얀 시트가 빨간 피에 흥건히 젖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 귀에선 윙윙 소리가 들렸다. 그때 맡은 화약 냄새와 살타는 냄새가 아직도 나는 듯하다.

나는 말이 없는 편이다. 30대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 당시 사건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조차도 내가 그 사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당시 내가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려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태권도 수련은 내 삶속에서 이와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신체적으로 배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모 집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음식도, 그릇도, 옷도 우리 열네 명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집에 음식이 생기면 같은 그릇에서 떠먹어야 했고, 숟가락도 돌아가면서 사용해야 했다. 한마디로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그러한 생활이었다.

잠자리도 악몽이었다. 같은 침대에서 일곱 내지 여덟 명이 생활했다. 침대에서 옆 사람을 향해 몸을 돌리다가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는 경우는 예사였다. 거의 매일 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교회에서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옷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적이 있다. 덕분에 우리 모두 아래위로 옷을 갖춰 입은 적이 있다.

우리 식구는 마침내 어머니와 재회하게 되었다. 판사가 어머니의 행동이 자기방어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오래지 않아 어머니는 재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계속되었다. 이번 경우에는 주로 우리가 타겟이 되었다. 어머니와 새 아버지는 딸 네 명을 낳았는데, 페리 성을 가진 우리 일곱 아이들은 새 아버지로부터 우리가 그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매일 같이 들어야 했다.

새 아버지의 잔인함은 너무나 큰 아픔을 남겼다. 내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도 이러한 상처는 남아 있었다. 나는 내가 태권도를 통해 이러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고, 또한 상처를 더 크게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집에 항상 애들이 넘쳐났지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매일 집을 나설 때마다 나는 싸움에 말려들었다. 나는 키가 너무 작고 빼빼 말랐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조차 나를 때렸다. 나는 빨리 도망쳤지만 그들은 나보다 더 빨랐다. 내가 세게 때리면 그들은 나를 더 세게 때렸다. 내가 키가 더 커지고 더 강해질 때까지 록크포드 길은 안전한 곳이 되지 못했다.

집 안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마침내 자신의 남편이 우리 아이들을 계속 학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열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거친 동네인 이스트사이드 서민주택(Eastside Housing Projects)으로 이사했다.

록포드시의 이스트사이드 서민주택은 정부에서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지은 하우징 프로젝트(housing projects)였다. 작은 블록 안에 문자 그대로 수천 명의 소수민족들이 사는 곳이다. 당시 록포드시의 하우징 프로젝트는 세 지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우리는 하우징 프로젝트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총기사고와 칼과 같은 흉기 사건에 대해 익숙해져 있었다. 그곳에서 사는 가정에는 애들이 많았다. 보통 일곱에서 열 명까지 되었다. 갱단이 따로 필요 없었다. 가족이 갱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 사람하고 싸움이 나면 그 사람의 전체 가족과 싸워야 했다.

1970년대 록포드시에서 학교 분리는 새로 도입된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집에서 1시간씩 떨어진 학교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우리는 동네 친구들과 헤어져 우리를 원하지 않는 동네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해야 했다. 사실 이러한 새로운 학교 구역제도는 말이 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우리 집에는 열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열 명 모두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면 집단싸움이 벌어지지 않고, 아이들을 단합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동네에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폭력이 더 증가하게 되어 선생들과 학생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무술을 접하게 되었다. 맨 처음에는 베트남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에게서 무술을 배웠다. 우리는 보통 공원이나 집 뒤뜰, 혹은 지하실에서 수련을 했다. 형이 처음으로 태권도장을 정식으로 다니게 되었다. 어느 날 형은 나를 데리고 도장을 구경시켜 주었다. 내가 도장의 앞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한국 사범님이 벽돌과 송판을 깨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 도장의 이름은 ‘은 사범 도장’(Eun's Institute of Taekwondo)이었다.

토마스 유진 페리(Thomas Eugene Perry)
미국, 1953년생, 국기원 7단

<번역= 서정윤 교수>

토마스유진페리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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